[사설]경기 연착륙 가능한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3 05:01

수정 2014.11.07 13:03


최근에 거시경제지표를 보면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매우 헷갈린다.산업활동이나 물가상승 움직임을 보면 경기가 여전히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지만 한편 앞으로 경기가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않다.통계청이 발표한 지난7월중 산업활동동향에 의하면 산업생산이 전년동기 대비 19.3%, 수출출하는 31.2%, 설비투자는 30%가 증가하는 등 거시경제지표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

그러나 체감경기는 그렇지도 않다.산자부에서는 기업의 자금난이 지속되고 있고 투자 및 수출이 위축되면서 경기성장세가 올 연말부터는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어음부도율이 높아지고 대부분 기업들은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는데 시장실세금리는 일제히 떨어지고 있다.무역수지 흑자폭은 감소하는데 대미달러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경기의 양극화 현상이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운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최근의 경기호황 및 수출호조도 반도체, 컴퓨터, 휴대폰 등 정보통신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여타 부문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금리가 떨어져도 일부 우량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들이 심한 자금경색을 겪고있다.
▲국제유가 급등,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불안하다
아직도 경제성장률은 9%를 웃돌고 있으며 최근의 심상치 않은 물가오름세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석유류 제품가격 상승, 의보수가 등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8월중 소비자물가가 0.8%나 올라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상승했다.앞으로도 물가불안 요인이 많기 때문에 올해 물가증가율 목표인 2.5%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이같은 물가상승 요인이 주로 공급측의 원가상승이기 때문에 총수요관리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보다 경기의 급랭을 수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우려가 적지 않다.실제로 소비등 내수는 둔화되고 있다.

앞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금융, 기업, 공공, 노동 부문의 개혁을 마무리해야 하는 등 국민의 정부가 후반기에 해야할 과제가 많다.그러나 거시경제가 불안정할 경우 개혁추진도, 경제운영도 제대로 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지난 2년동안 정부는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빈발하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어 거시경제정책 운용은 방치하다시피 해온거나 다름없다.

금융구조조정을 하느라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외에도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금융대란, 대우 및 현대사태 등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신축적인 통화공급 정책방향을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총통화(M2) 증가율은 외환위기 전보다 매년 10%포인트 이상 늘어났다.올해에는 M2 증가율이 31%를 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고 부실금융기관, 부실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금리를 낮추고 자금을 풀다보니 요즘 아예 통화관리나 통화증가율에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국내외 금융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미국연방준비은행이 금리를 여섯차례나 인상하는 동안 국내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성장목표를 6%수준으로 잡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난 해 10.7%의 고성장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얼마가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당초 목표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정부의 경제전망치가 실제와 터무니 없는 괴리를 보이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거시경제를 방치해왔다는 증거다.역시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과도한 통화공급이 물가불안과 경상수지 악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이제 더 이상 물가나 거시경제를 방치할 수 없다.앞으로 인플레이션, 국제수지 악화, 경기침체 등 거시경제가 매우 불안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금융, 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못할 경우 경제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그동안 추진해온 금융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금융부실은 여전하며 제 2차 구조조정으로 또다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국민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아직도 비능률적인 금융관행이나 관치금융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기업개혁이 부진한 것도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남아있다.외환위기 이후 금융, 기업구조조정을 위해서 정부개입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그러나 정부개입이 지나쳐 오히려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경향도 있다.또한 노동부문, 공공부문 개혁의 부진도 거시경제의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

해외경제환경도 불안하다. 최근에 국제유가가 급등해서 지난 90년 걸프전쟁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이와 아울러 선진국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미국경기도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다.한국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고려할 때 이같은 대외여건 변화만으로도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정부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경제불안에 대처하고 경기연착륙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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