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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기획-경매]˝이래서 실패했다˝

이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4 05:01

수정 2014.11.07 13:03


주변에서 가끔 전세사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간혹 보게 된다. 간단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몰라 낭패당하기 때문이다.돈을 잘 지키는 것이 버는 것보다 중요하다.

임대차 상식을 몰라 손해본 사례를 점검해 본다.

◇ 전세 재계약을 하면 재계약일로부터 법적 효력이 생긴다.

신혼이었던 김정희씨는 지난 96년3월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의 신원당아파트 25평 전세를 6000만원에 구했다.
물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확정일자를 받아두었다. 98년 3월이 되도록 집주인이 아무런 통보도 없어 김씨는 조바심이 났다. 그해 4월 김씨는 집주인을 찾아 재계약하고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두었다.

임대차 기간 2년이 지났으니까 법적 효력을 잃을까봐서였다. 그런 그 집이 덜컥 경매에 부쳐졌다. 96년7월 �B�B농협으로부터 70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 결국 김씨는 �B�B농협보다 후순위로 밀려 약간의 배당금을 받기는 했으나 전세보증금의 상당부분을 날렸다.

통상적으로 임대차 계약기간은 2년이다.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자 할 때는 집주인은 계약만료 6월에서 1개월 사이에 통보를 해주어야 한다. 그 이후에 통보하거나 통보가 없다면 다시 2년동안 재계약된 것으로 간주된다.

통보가 없어 자동으로 계약이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될 때는 예전에 받아둔 확정일자가 효력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나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면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하며, 확정일자를 받은 날로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요즈음 전세계약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특히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면 계약할 때 재계약할 때 없었던 저당권이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주소 이전했다가 재전입하면 재전입일부터 법적 효력이 생긴다.

세입자들이 자주 실수를 범하는 것중의 하나가 계약기간내 주소이전을 너무도 쉽게 하는 점이다.결론부터 말하면 주택임대차 보호법상 대항요건을 갖춘 세입자가 주소지를 일시적으로 옮겼다가 재전입했다면 대항요건은 재전입 시점부터 다시 시작된다.

중견샐러리맨인 이정달씨(가명)는 95년 3월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의 아파트 38평형을 임대,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받고 입주했다. 이씨는 97년 3월 재임대해 살다가 98년 8월 잠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들의 학군 문제로 주소지를 이탈했다가 99년 2월 임대한 주택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그러는 사이 99년 1월 세든 주택이 경매되면서 95년 5월 근저당권을 설정한 �B�B은행측보다 후순위 배당을 받았다. 당시 전셋값은 38평형이 1억2000만원이었으나 후순위로 밀리는 바람에 5000만원밖에 건질 수가 없었다. 명도소송이 진행되면서 낙찰받은 사람과 승강이끝에 3000만원을 더 받는 조건으로 합의하기는 했으나 상당한 돈을 공중에 날려버린 셈이다.

◇ 세든 집을 낙찰받으면 이익을 볼 수도 있다.

경매를 신청한 근저당권 혹은 저당권자보다 선순위라면 어떤 경우에도 보증금은 보호받을 수가 있다. 설령 배당금이 전세보증금보다 적더라도 경락인(낙찰허가를 받은 사람)으로부터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후순위자다. 후순위자일 경우 선순위 배당을 마치고 전세보증금이 확보된다면 별 문제가 없다.

직장인 정성수씨는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의 한 다가구주택 25평을 5000만원에 세들어 살았다.98년 1월 다가구주택이 경매로 넘어가자 정씨는 세입자들을 모아 직접 다가구주택을 경락(낙찰 허가)받아 오히려 적은 비용으로 내집을 마련한 사람이다.

다가구주택은 총 4가구. 최초 감정가는 2억9000만원.물건은 2회 유찰되어 1억8560만원에 경매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응찰하여 2억1000만원에 낙찰받았다.
가구당 비용은 각종 비용을 포함해 대략 5500만원 수준. 이후 개별등기하여 각자의 집을 소유하게 됐다.다가구주택 시세는 대략 4억4000만원으로 가구당 1억1000만원에 달했다.


후순위자라도 시세가 경락대금과 보증금을 합한 금액보다 높으면 응찰을 고려하는 것도 보증금을 날리지 않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leegs@fnnews.com 이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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