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ADB 가입의 조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4 05:01

수정 2014.11.07 13:02


북한이 아시아 개발은행(ADB)에의 가입 신청을 공식화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북한은 최근 지노 다다오 ADB 총재에게 공문을 보내 이 국제기구에의 가입을 희망하면서 ADB가입과 관련된 실무협의단을 북한에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북한이 ADB에 가입하려는 것은 말 할 것도 없이 자국의 부족한 외화를 국제기구를 통해 융통하려는 데에 일차적인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이 되면 연리 1∼1.5%에 만기 25년안팎의 장기저리 자금과 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ADB가입을 발판으로 그 상위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IBRD)가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구에 가입되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됨으로써 민간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정부가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남북경제협력에 들어갈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고려할 때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을 통해 자금지원을 받는 것은 쌍방에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얼마만큼 빨리 국제기구 가입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국제기구에 가입하려면 경제 사회 등 각종통계를 국제기준에 맞추어 작성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ADB가입의 경우에는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협의를 정례화하여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이다. 폐쇄경제를 고집해온 북한이 이같은 개방경제체제를 수용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보다 더욱 큰 걸림돌은 각각 13.2%의 최대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설득시키는 일이다. 북한은 지난 93년에도 ADB 가입의사를 밝혔으나 이 두 나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대북경제제재조치를 철회·무역과 투자·금융거래 및 민간항공기 취항 등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아래에 있는 IBRD의 제임스 울펀스 총재도 지난 7월 한국정부에 서한을 보내 북한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도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관련 테러국 리스트에서 제외시키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전후보상금 처리 및 일본인 처 송환문제 등에 얽혀 북한의 ADB 가입에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민감한 국제적 현안을 슬기롭게 처리하고 국제사회에 걸맞는 개방경제를 지향함으로써 그들이 원하는 ADB 가입이 성사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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