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자금도 포함돼야 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5 05:01

수정 2014.11.07 13:01


정부는 검은 돈의 유입과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처벌’과 ‘감시·예방’을 골자로한 두개의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나는 검은 돈 처벌을 골자로한 ‘범죄수익의 은닉 규제 및 처벌법’이며 다른 하나는 검은돈의 흐름을 감시할 ‘특정금웅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법’이다. 내년 1월의 2단계 외환자유화를 앞둔 우리 입장에서는 세계적으로 최대 6000억달러로 추정되는 검은 돈 유입을 막을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이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97년 350억원에 지나지 않던 무역관련 불법자금거래가 99년에는 9040억원으로 급증했다고 관세청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국회에 제출할 정부안에는 두가지 결정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어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정치자금이 제외되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금융기관이 이 법에 따라 신설될 금융정보 분석실(FIU)에 보고해야 할 ‘혐의거래’ 판단기준에 있어서 객관성이 결여될 개연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정치자금을 제외시킨데 대해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과의 양형기준의 불균형과 금융정보 분석실의 정치적 중립 등을 들고 있으나 설득력이 없다. 이와 연관하여 우리는 지난 97년 한보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추진되었던 자금세탁방지법이 정치권의 반발로 무산되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이 연관된 권력형 부정부패가 여전히 뿌리깊은 현실에서 검은돈의 흐름을 감시하는 대상에서 그리고 자금세탁 처벌대상에서 정치자금을 제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 금융기관이 보고의무를 가진 ‘혐의거래’에 범위는 정해져 있으나 그 판단 기준이 ‘의심이 있을 때’하는 식으로 애매하다면 오히려 그 역기능과 부작용만 커질 염려가 있다.
모법에 규정하기가 어렵다면 시행령 등을 통해서라도 객관적이고 명쾌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자금세탁방지를 통해 검은돈이 발 붙일 곳을 없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자금을 제외해서는 안된다.
만약 정치자금이 제외된다면 이 법은 단지 전시용에 그칠 것이며 전시용 법과 제도를 위한 ‘혐의거래 보고제도’는 금융기관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