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방비 상태의 환경호르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6 05:01

수정 2014.11.07 13:00


정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적으로도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한 환경호르몬 잔류실태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가 각종 공해에서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이옥신등 특정 유해물질관리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환경정책과 공해대책이 형식적이었던 것에 비추어볼 때 특정유해물질 관리 특별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사결과 우리나라의 대기·수질·토양등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거의 모두 환경호르몬에 오염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반월공단의 경우 다이옥신이 평균 2.726 피코그램, 많은 곳은 8.624피코그램(1피코그램은 1조분의 1그램)이나 검출되었다.조사대상 37개 물질 가운데 다이옥신을 제외한 36개 물질의 오염도는 일본에 비해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정부는 밝히고 있으나 양국의 산업화 수준을 감안해서 분석한다면 최악의 경우 상대적인 오염비율은 더 높을 수도 있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 호르몬은 인체에 들어가 내분비계통을 교란시키는 화학물질의 총칭이다.아직은 정확한 연구결과가 나와 있지 않으나 다이옥신을 비롯하여 최대 67종이 환경호르몬으로 추정되고 있다.물과 토양 그리고 대기가 이러한 물질에 오염되면 먹이사슬을 따라 인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개구리와 물고기의 성 돌연변이의 원인이 환경호르몬에 있다면 언젠가는 사람 역시 남자가 여자로 돌연변이될 위험이 남는다. 정부가 특별법 제정을 밝히고 있는 것도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환경정책이나 공해 대책은 유감스럽게도 유명무실한 것이었다. 수도권 상수도원인 팔당을 비롯하여 낙동강·금강등 거의 모든 하천의 수질이 오염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수질 문제가 이러한데 보이지 않는 환경호르몬 문제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제정될 특별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정책당국부터 지금까지의 안일한 자세에서 벗어나 솔선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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