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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에 타격 불보듯…개발도상국 석유의존 줄여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6 05:02

수정 2014.11.07 13:00


잘사는 선진국은 원유 소비를 줄이고 있는 반면 한국 등 개발도상국은 펑펑 쓰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지난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이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춘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의존도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기름값 급등이 즉각 아시아 개도국 경제에 직·간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으며 내년 경제 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끌어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저널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 소비량은 지난 90∼98년 사이 90%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태국도 같은 기간 증가율 80%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은 사상 최장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기름 소비량이 같은 기간 9% 증가에 그쳤다.
영국은 되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개도국은 지난 30년간 성장을 지속하면서 자전거 대신 오토바이,오토바이 대신 자동차를 타는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기름 수요가 계속 늘 수밖에 없었다.

반면 선진국은 70년대 석유파동 뒤 대체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고연비 자동차를 개발하는 등 ‘군살빼기’에 성공했다.

더 큰 문제는 개도국의 에너지 이용 효율성이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는 점이다.

일본·중국을 뺀 아시아 개도국이 경제활동으로 창출한 부(富) 가운데 원유 수입에 지출하는 금액의 비중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수준이다. 예컨대 지난 98년 기준 일본이 산출량 100 가운데 50 정도를 원유수입에 지출하는 반면,개도국은 여전히 100을 넘나들고 있다.<그래픽 참조>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개도국의 경제성장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메릴린치의 빌 벨치어는 “고유가는 개도국의 원유 도입 부담을 가중시키고 세계경제의 둔화를 유발함으로써 수출 역시 감소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아시아의 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메릴린치는 지난 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아시아의 경제 성장률이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평균 0.5%포인트 정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내년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1%포인트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메릴린치는 내다봤다.


BP 아모코의 아이언 매카퍼티는 “아시아 개도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뒤 여유가 생기면 수입원유 의존도를 줄여나가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jslee@fnnews.com 이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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