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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3高 주의보…高유가, 高원화, 高물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6 05:02

수정 2014.11.07 13:00



한국경제는 지난 97년말 벼락처럼 닥쳐온 외환 위기이후 천신만고 끝에 과거의 성장세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99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10% 안팎을 넘나들었고 일반 서민들의 가계 사정도 많이 나아져 소비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암담하던 사정에 비추어 볼때 한국의 경제회복은 거의 기적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지금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물가·성장·국제수지·환율·유가 등 각종 거시지표와 부문별 가격지표가 우리 경제에 불리한 방향으로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위기국면에서 미루어 온 본격적인 기업·금융구조조정을 다시 시작하려는 마당에 여건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중 가장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외국인들의 찬사도 이제 흘러간 노래가 되어가고 있다. 수렁에서 탈출 한 뒤 벌이던 잔치판을 이제 접어야 할 시점이다.

김대중 정부의 집권 후반기 경제팀을 이끄는 진념 재정경제부장관은 6일 대내외적 불안요인의 산재와 이에따른 정책기조의 미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토를 달기는 했지만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과연 그런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가장 중요한 건전성 지표는 뭐니뭐니 해도 경상수지 흑자폭이다. 경상수지는 97년 81억달러 적자에서 98년 403억달러, 99년 245억달러 흑자를 각각 기록하면서 우리 외환 보유고를 900억달러 이상으로 확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우리경제는 지금 고원화가치(원화절상 현상)·고물가·고유가 등 신3고에 의해 경상수지가 흔들리고 있다.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섰다. 우리 정부의 올 유가전망은 배럴당 22달러였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우리 경상수지가 9억5000만달러씩 악화되며 물가는 0.09%씩 상승한다.

박진근 연세대 교수는 “경상수지야 말로 경제운영의 관점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전제하고 “최근의 고유가와 물가상승 압력 그리고 너무 급속하게 진행되는 원화절상 등이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삼각 파도를 일으키고 있어 세심하고도 종합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뿐만이 아니다. 아직은 심각하지 않지만 계기만 주어지면 언제라도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경제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3가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임금·부동산가격·단기외채규모 및 비율 확대 등이 그것이다.

올들어 지난 8월말 현재 국내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7.9%이다. 통계청은 제조업만 따질 경우 지난 95년 이후 4년간 우리나라 제조업의 임금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최소 2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부동산가격은 주택 및 주택 전셋값을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부문의 가격 상승은 서민생활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다.

우리에게 외환위기를 안겨준 장본인인 단기외채는 7월말 현재 총외채의 33.6%인 478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900억달러를 넘었다고 하지만 그 구조는 아직도 취약하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이 주식자금을 급격히 빼내 가거나 외국계 은행들이 자금을 일시에 회수한다면 또다른 위기가 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같이 주변여건이 취약한데도 겉으로 보는 우리경제의 모습은 아직 건재하다. 이는 우리경제가 가진 3가지 착시 현상 때문이다.

신용경색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저금리 착시현상·수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서 생긴 대외경쟁력 착시현상·이자부담은 그대로이면서 증자로 억지로 낮춘 기업부채비율 착시현상 등 우리 경제의 3대 착시현상이 우리 경제의 실상을 가리고 있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은 “이같은 착시 현상이 빚어낸 경기편중·자금편중 현상을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시정해야만 실물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 경제의 종합성적표는 연초대비 36% 이상 하락한 주가에 잘 나타나 있다.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주력해야할 분야는 결국 철저한 구조조정으로 귀결된다.

/fnwoo@fnnews.com 우원하 증권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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