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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고유가 몸살…˝세금 낮춰라˝잇단 시위…기름부은 유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6 05:02

수정 2014.11.07 13:00



유럽대륙이 고유가로 들끓고 있다. 기름 값이 너무 비싸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며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프랑스 트럭운전사와 농부들은 5일 트럭과 경운기를 몰고 석유저장소와 정유공장 출입구를 봉쇄,석유 유통망을 마비시켰다. 비행기 연료 공급이 끊겨 항공기가 뜨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프랑스 정부는 결국 ℓ당 35상팀(약 50원)을 내리기로 굴복했다.

프랑스 정부와 운송노조 지도자들은 지난 5일부터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이같은 합의에 도달했다.
로렝 파비우스 재무장관은 정유회사가 번 엄청난 수익에 세금을 더 물리고,차량 면허세를 인하하는 등 다양한 세금 감면책으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진땀을 쏟고 있다.

유럽에서 유난히 고유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들끓는 것은 기름에 붙는 세금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의 유류세는 60% 선은 보통이며 프랑스·독일·영국의 경우 70%를 웃돈다. 반면 미국은 세금이 2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시위대의 구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아니라 자국 정부에 집중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분석대로 고유가가 이제 정치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야당인 보수당은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이를 집권 노동당의 흠집내기 작전으로 이용,정치적 인기 상승을 꾀하고 있다.

보수당은 “지난 3년 간 ℓ당 휘발류 값이 59페니에서 85페니로 올랐다”면서 “그 주요인은 세금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BP의 최고경영자 존 브라운 경(卿)은 “휘발류 1ℓ당 정부가 61페니를 떼가면 우리는 1페니 밖에 남는 게 없다”고 밝혔다. 영국의 휘발류세는 76.8%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알리 로드리게스 OPEC 의장도 비슷한 주장을 편다. 그는 최근 “현재 고유가는 산유국 뿐 아니라 소비국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수입국의 세제 개편을 촉구했다.


릴와누 루크만 OPEC 사무총장은 선진국 정부가 유류세 부과로 산유국 보다 3배나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는 “휘발유 가격의 68%는 세금으로 떼이며 정유업체와 산유국이 각각 16%를 나눠 갖는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가장 낮은 유류세를 부과하는 스페인 정부도 세금인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스페인 트럭기사,농민,수출업자들은 정부의 실질적인 유류세 인하와 디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위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독일은 유일하게 유류세 인하를 고려치 않고 있다.
환경보호에 유난을 떠는 독일인들이 70.7%의 세금을 개의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오히려 내년 1월부터 환경세를 올리고 부가가치세도 추가로 매길 계획이다 .

/ eclipse@fnnews.com 전태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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