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한국은행, 국민소득 추계발표…2분기 유가 70%껑충/경제성장에 '직격탄'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6 05:02

수정 2014.11.07 13:00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4분기 국민소득 추계는 최근의 유가급등이 ‘오일쇼크’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가급등은 상반기 경제성장 효과를 대부분 잠식했고 하반기 이후의 성장세 지속에도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2·4분기 교역조건지수 하락폭은 13.7%(지난해 동기대비)로 80년 2차 오일쇼크 이후 가장 컸다. 유가급등으로 인해 이 기간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1.8%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9.6% 상승한 성장효과를 유가가 다 잡아먹은 셈이다. GDP와 GNI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실질 GDP의 경우 이윤과 관계없이 생산량만을 집계하지만 GNI는 이윤을 감안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4분기에 교역조건 변화로 입은 무역손실이 1조65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춘신 국민소득통계팀장은 이에대해 “GDP의 14%에 해당하는 구매력이 유가에 휩쓸려 해외부문으로 유출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00년 2·4분기 유가는 1999년동기대비 69.4% 상승해 같은 기간 원화 절상률인 6.3%를 10배 이상 초과했다. 환율하락을 통해 흡수한 유가 상승 충격은 10분의1도 안되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유가 전망이 앞으로도 어둡다는 것이다. 정정호 경제통계국장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는 단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외국 금융기관인 메릴린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아시아에서 유가상승에 따른 악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유가가 1달러 상승했을 때 대만·태국·중국·홍콩·싱가포르 등 한국의 주요 수출경쟁국들은 무역수지 악화가 3억달러 이내의 ‘파편’에 그치는 반면 한국은 8억달러 이상의 ‘직격탄’을 맞는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원유수입에 따른 파급효과를 이처럼 크게 받는 것은 에너지 원이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수출 또한 에너지 수입 의존형이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2000년 석유 수입비용이 1999년보다 96억달러 늘어난 24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향후 석유수입 예상물량 3억5000만배럴에다 7월 수입단가인 29.5달러를 곱해 구한 것. 국제 석유시장에서는 연말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석유 수입에 들이는 돈이 270억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kschang@fnnews.com 장경순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