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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지표 '장밋빛포장' 감춰진 그늘…사상 최저금리 중견기업엔 그림의 떡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6 05:02

수정 2014.11.07 13:00


우리 경제는…. 정부가 안정적 성장을 자신하고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실물 경제의 여건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주요지표인 금리·무역수지·기업부채비율 등은 현격하게 개선됐다.

금리는 낮아지고 무역수지는 개선됐다. 기업부채 비율도 줄었다. 그런데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지표와 실제상의 괴리가 엄청나다는 애기다.
이른바 착시 현상이다. 우리경제는 생각보다 장밋빛으로 과대 포장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로 노는 금리=지난 2년간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현재 은행권 대출금리는 중소기업 7.8%, 대기업 9.25% 정도다.회사채 금리도 8%대에 머물고 있다. IMF시절 20%를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최고 3분의 1,최저 2분의 1 수준이다.

이같이 지표금리는 사상 최저치 부근을 맴돌고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일반 중견·중소기업들에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회사채를 발행하려해도 인수 금융기관이 없어 비우량 기업들의 화사채 수익률은 시장에서 형성되지조차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우량 기업들을 기준으로 책정되고 있는 금리가 시장의 표준인양 오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표금리는 낮지만 일반 기업들의 신용경색은 전혀 해소 되지 않는 ‘지표금리 착시 현상’이 지금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삼성·LG·SK 등 일부 우량기업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여신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중견·중소업체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대출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견·중소업체들은 자금수요가 많은 추석을 앞두고 명동 사채시장을 찾는 형편이다. 은행의 왜곡된 기업금융 중개기능으로 기업간 자금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해 240억달러에 이어 올해도 10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무역수지 구조는 썩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특정산업과 품목에 전체 수출이 의존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해당품목이 부진하면 전체 수출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도 동반부진을 겪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뒤틀린 수지구조=수출은 반도체·컴퓨터·자동차 등 빅3가 주도한다.전체 수출액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 20일까지 총 수출액은 1045억7200만달러를 기록했다.이중 중화학산업이 836억4000만달러로 80%를 담당했다.중화학 제품중 전기전자가 409억6700만달러로 총수출액의 39.2%나 됐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157억1900만달러로 15.03%를 기록했다. 전기전자와 반도체의 비중은 지난 해 37%와 13.1%에서 증가추세다.

이밖에 산업용 전자의 비중은 1999년 11.9%에서 13.5%로,컴퓨터가 7.2%에서 8.3%로 각각 높아졌다.반면 전통적으로 무역흑자의 효자노릇을 해온 섬유의 경우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9년 11.9%에서 11.26%로 소폭 하락해 특정품목에 대한 수출집중도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비관론자들은 금융외환위기 이전에 반도체로 호황을 누리던 우리 경제가 반도체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금융외환 위기 파고를 맞아 침몰한 것처럼 이같은 산업간 격차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반도체 가격하락때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도 특정산업에 대한 수출과 생산의 지나친 집중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날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밝혔다.특정 산업의 경기하락이 가져올 국가경제의 영향이 지나치게 커 복안으로 부품소재 산업의 조기육성과 벤처 및 닷컴기업 등 성장엔진의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울좋은 부채비율 감소=30대 그룹의 총부채 규모는 IMF 사태 직후인 97년말 현재 357조4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518%였던 것이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올해 4월15일 현재 283조378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18.7%로 낮아졌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삼성?^LG?^SK 4대 그룹의 부채비율(금융?^보험업 영위회사 제외)은 98년말 328.8%에서 99년말 146.3%로 전년대비 182.5%포인트가 감소해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됐다.

그러나 이는 계열사 금융기관을 통한 고도화 지능화된 부당내부거래로 장부상의 부채비율만 낮춘 것이라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석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그룹들이 지난 8월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결합재무제표를 보면 실질적인 노력보다는 금융계열사를 통한 자금지원으로 부채비율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례로 결합재무제표 공시 결과 내부매출 비중은 현대 38.1%, 삼성 41.7%, LG 38.0%, SK 36.1% 등으로 나타나 금융기관의 우회적 부당내부거래 지원수법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영이 건실해지지는 않았다는 반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리하게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추라고 해서 오히려 부작용만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hbkim@fnnews.com 김환배 박희준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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