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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기업 체감경기 '벌써 겨울'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7 05:02

수정 2014.11.07 12:59


경제지표는 경제현상을 평가하는 유일한 객관적 잣대다. 그러나 최근 한국경제에는 지표와 현실이 따로 노는 현상이 부지기수다. 일부 경제지표들은 다른 해석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가 우리경제의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7일 정부 각 부처가 발표한 지난8월 금융시장 동향(한국은행), 에너지수급동향(산업자원부),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수지동향(통계청) 등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 동향지표를 뒤집어보면 우량·비우량 기업간 신용경색의 양극화현상이 숨어있고 가계수지동향을 찬찬히 뜯어보면 우리 사회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빈부양극화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통계를 보면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를 펑펑 써대는 우리 경제의 둔감함이 배어있다.


다만 대한상의가 조사한 기업인 경기실사조사에는 암울한 전망이 그대로 드러났다.

7일 발표된 각부문별 통계의 속내를 뒤집어 해부한다.

◇빈부격차 확대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4분기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33만1000원으로 1999년 2·4분기보다 10.9% 증가했다.소비지출은 154만2000원으로 11% 늘었다. 실질소득은 국제통화기금 체제에 들어가기 이전인 97년 2·4분기 203만1000원의 95.5% 수준에 올라섰다.

그럼에도 하위 계층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득불균형 정도가 높음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4분기 0.317로 1999년 동기의 0.311보다 높아졌다.또 소득수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배율도 5.28로 지난 1·4분기의 5.56보다는 개선됐으나 전년 동기의 5.24보다는 높아 계층간 소득불균형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특히 소득 하위 20% 계층은 가처분소득이 79만8000원에 소비지출은 88만4000원으로 가계수지가 8만6000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른 상위계층은 모두 흑자를 냈다.

결국 지표상의 가계소득증가, 소비지출은 일부 계층만의 ‘그들만의 잔치’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박희준기자

◇따로노는 지표금리

한국은행은 7일 “8월중 회사채가 2조7632억원 어치 발행되고 은행대출도 전월대비 1조236억원 증가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다소 호전됐다”고 발표했다.

국고채 수익률은 7.70%로 5월말의 8.87%에 비해 1.17%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A+등급 회사채 수익률도 9.89%에서 8.90%로 낮아졌다. 반면 BBB등급 회사채에 붙는 가산금리는 0.31%포인트, BBB- 등급은 0.27%포인트 늘어났다. BBB 이하 채권은 묶여있고 우량물 금리만 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표는 시장의 현실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채권시장에서 안정자산으로 분류되는 국고채와 우량등급 회사채만 소화될 뿐 중견이하 회사들의 회사채는 아예 외면되기 때문이다.

중견회사의 자금줄을 터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프라이머리 CBO는 효과가 당초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정민구기자

◇에너지 소비는 펑펑

산업자원부는 2000년올들어 7월까지 국내 에너지 수입액이 국제 유가상승 등으로 1999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1.4% 급증한 209억달러에 달했다고 7일 밝혔다. 1∼7월간 에너지 수입액중 원유 수입액은 105.4% 늘어난 141억달러로 67%를 차지했다.

에너지 소비량은 1999년 같은 기간보다 7.9% 늘었다.특히 7월 전력 소비량은 냉방용 수요 증가로 19.4% 늘어났다고 산자부는 밝혔다.

최근의 고유가를 감안할때 이같은 에너지 과소비는 국제수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LPG소비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35.6% 급증한 반면 휘발유는 고유가 등 영향으로 2.2% 줄었다.등유는 4.9%, LNG(액화천연가스)가 19.2%, 유연탄이 10.1%, 원자력은 9.3% 각각 늘어났다.

/박희준기자

◇경기 전망은 냉랭

대한상의는 전국 199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4·4분기 기업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109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이는 2·4분기의 138을 정점으로 3·4분기에 116으로 떨어진 이후 2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기업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금융경색과 고유가, 환율급락 등 대내외 여건 악화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3·4분기 실적치가 99년 2·4분기 이후 6분기만에 100 이하인 96으로 떨어져 향후 경기가 현재 예상보다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전자와 섬유간의 업종별 지수차이는 75포인트나 돼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이 전분기(124)보다 3포인트 떨어진 121, 중소기업은 전분기(115)보다 8포인트 하락한 107로 각각 나타났다.
자금사정과 채산성 면에서 대기업은 110과 117로 호조를 전망한 반면 중소기업은 88과 91로 악화를 예상했다.

/김수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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