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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유가 시대를 사는 법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8 05:02

수정 2014.11.07 12:58



고유가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와 국민들은 정부에 대응책을 내놓으라고 연일 떠들고 있다.그러나 정부는 단시간에 고유가의 충격을 줄여줄 정책수단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석유류에 붙는 교통세나 특별소비세를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모양이다.그러나 이는 가격부담을 줄여주는 것일 뿐 근원적인 해결책은 못된다.고효율 에너지기기 보급은 기존 설비의 내구연한이 끝날때까지 개체가 어려운 만큼 당장 효험을 낼 수도 없다.
결론은 자명해진다.국민들이 이번에야말로 모범을 보일 차례다.정부가 제대로된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가혹한’ 비판을 해도 마땅할 것이다.예산부족을 이유로 기름을 넉넉하게 확보하지 않고 있는 정부는 비난 받아 마땅할 것이다.그러나 업계와 국민들은 고유가에 대비해 스스로 무슨 일을 했고 할 수 있는 지 반성해볼 일이다.국민들도 한 게 별로 없다고 본다.산업계도 마찬가지다.우리사회 전체가 에너지 다소비 구조다.남은 걸어다녀도 나는 홀로 차를 타고 다녀야 하고,남은 작은 냉장고를 사도 나는 대형을 사야 하며,남은 작은 집에 살아도 나는 큰 집에 살아야 한다는 게 오늘날 한국의 의식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기를 만들어놔도 절대 소비량이 많은 ‘큰 것’만을 선호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일본 국민들이 좋아서 물을 아껴쓰고 전기를 아껴쓰겠는가.대답은 명쾌하다.아껴쓰지 않으면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산업구조도 마찬가지다. 철강·화학·시멘트 등 한결같이 에너지를 먹는 하마들만 모여있다.우리나라 산업발전에 꼭 필요한 소재생산 업종이 에너지를 많이 먹는다.문제는 부가가치가 낮다는 데 있다.반도체산업도 화학처리 공정이 많아 에너지를 많이 쓰지만 부가가치가 높아 아무도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에너지 다소비산업을 하루 아침에 없앨 수는 없다,

때문에 결론은 이렇게 모아진다.무기력한 정부에 기대지 말자.2부제 운용도 받아들일 각오로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자.그게 싫으면 고유가를 원망하지 말자는 것이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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