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페어 웨이] 골프를 하면 인격이 나타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4 05:04

수정 2014.11.07 12:56


세속사에 관한 얘기에 더 열중하거나, 내내 스코어와 승부에 집착하여 사뭇 격앙된 상태로 라운드을 끝내는 골퍼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러나 일단 필드에 나가면 조용히 생각에 잠겨 스윙에 몰입하는 것이 골프하는 본연의 태도다. 골프라는 운동의 참된 가치와 효과와 보람을 취하려면 그런 자세가 좋다는 뜻이다.

고요한 이른 아침 혼자 팅그라운드에 올라 심호흡을 가다듬고 막 떠오르는 햇살에 하얀 이슬이 반짝거리는 그린에서 자신의 공이 긴 궤적을 그리는 체험을 해 보시라. 온몸 곳곳에서 아드레날린이 샘솟 듯하고 어느새 대자연과 하나됨을 느끼며 불현듯 자신이 신과 동반하여 라운딩하고 있다는 상념에 빠지게 된다.

신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내 자신이 자연의 하나이기에 거짓과 왜곡이 있을 수 없고 오로지 정직과 성실이 있을 뿐이다.

미스샷을 범하면 그것은 나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하는 교훈이요 나이스 샷이 나오면 언제든지 만회와 전진을 기할 수 있다는 자기신뢰의 체험이 된다.
한 라운드의 진행은 스스로 통찰력과 정서를 시험하는 나자신 속으로의 여정(A journey inside myself)이 되는 것이다. “골프는 인생과 같다”는 말은 그래서 생겨났을 것이다. 그러나 잭 캔필드(미국의 저술가·인간능력개발에 관한 전문가)의 표현대로 ‘골프는 가장 능력있는 인생교사’라고 함이 더 나을 것 같다.

그것은 우리에게 대범함과 관용과 겸손을 가르친다. 그것은 단호하게 밀어붙일 때와 유연하게 대처할 때를 분별하면서 매순간을 즐기는 지혜를 가르친다. 또 그것은 스포츠맨십·정직·용기·인내심과 같은 덕목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래서 골퍼가 라운드을 끝내고 나서 18홀의 코스를 되돌아보면 그의 총체적인 품성과 인격이 길게 실루엣이 되어 드리워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골프로부터 얻을 수 있는 좀더 구체적인 가르침 몇가지를 소개하면(유대교와 가톨릭 사제인 마크 겔만과 톰 하트만의 글중에서).

▲골프는 ‘우리가 모두 장애인이며 대부분이 자신의 장애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골프에선 정직한데 일상생활에서 남을 속이는 사람은 가끔 있지만, 골프할 때 눈속임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사회생활에서 남을 속인다.

▲골프는 ‘성공과 실패가 다 일시적이며, 특히 성공이 훨씬 더 잠정적’이라는 사실을 가르친다.


▲골프는 ‘당신이 아무리 훌륭해도 항상 더 훌륭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박군배(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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