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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새고 있다(上)]반도체로 번 돈 산유국으로 간다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4 05:04

수정 2014.11.07 12:56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35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고유가로 세계는 제 3차 오일쇼크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우리 경제는 고유가 태풍의 영향권에 들면서 거시지표 목표 수정 등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섰다.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 주체가 합심해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선택의 여지도 없다.
현재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길 뿐이다. <편집자주>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3위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0위다.석유소비는 세계 6위이고 석유수입량은 세계 4위다.99년 한해 에너지 소비증가율은 세계 최고였다.

88년부터 11년간 연평균 에너지 소비량 증가율도 8.5%로 역시 세계 최고다.기름 한방울 나지 않으면서도 석유소비량은 해마다 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올해 총 에너지 수입액은 356억9800만달러로 예상된다.이중 석유수입은 296억달러내지는 300억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반도체를 팔아서 번돈을 석유수입에 쓰면 딱 맞다는 계산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우리경제는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그러나 이들 산업은 국가 경제발전에 꼭 필요한 소재를 생산하는 산업이어서 버릴 수도 없고 산업자체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대체하기는 더욱 어렵다.

물론 에너지 소비가 많다고 해서 그게 꼭 비효율적으로 쓴다는 의미는 아니다.부가가치가 낮아서 같은 가치를 창출하는 데도 기술력이 앞선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철강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포항제철과 일본의 가와사키제철을 비교해 보자.포철은 조강 1t을 생산하는 데 5216메가㎈의 에너지를 투입했으나 가와사키는 6607메가㎈를 투입해야 했다.즉 포철의 에너지 소비효율이 높았다.

하지만 t당 판매가격을 보면 그렇지가 못한 게 현실이다.산업자원부가 99년도 포철 영업보고서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포철 판매가격을 100으로 잡을 경우 가와사키제철은 156이다.즉 포철은 에너지 효율은 높아도 부가가치가 낮은 상품을 생산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민들도 다소비 성향=에너지 소비가 많은 것은 사회구조 자체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우선 국민들의 의식주 등 모든 사회구조가 에너지를 물쓰 듯하는 구조로 돼 있다.누구나 큰 집과 큰차, 대형 냉장고를 선호한다.배기량 2000㏄이상의 대형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93년 6.2%에서 97년 7.7%로 높아지는 등 꾸준히 증가추세다.25인치 대형 컬러TV 점유율도 같은 기간 11.6%에서 33.8%로, 500ℓ 이상 대형 냉장고도 4.6%도 20.7%로 각각 높아졌다.

승용차는 선진국에 비해 더 먼거리를 달린다.그만큼 연료소비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한국 승용차의 연간 주행거리는 1만98㎞로 미국(1만9100㎞)을 빼면 일본(1만㎞), 프랑스(1만4000㎞), 이탈리아(1만2200㎞)보다 훨씬 멀다.

가정 및 상업용을 기준으로 1인당 에너지 소비량에서도 한국은 선진국을 능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에 있다.한국의 1인당 가정·상업용 에너지 소비는 0.71TOE(석유환산톤수·97년 기준)로 일본과 같고 미국(1.62 TOE), 프랑스(1.00TOE)보다는 낮으나 이탈리아(0.63 TOE) 보다 높다.그러나 소득에서는 우리나라(8937달러)는 일본(2만6502달러), 미국(2만4849달러), 프랑스(2만2310달러), 이탈리아(2만548달러) 보다 월등히 낮다.결국 적게 벌면서 많이 쓰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에너지원 단위 비교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에너지원단위란 한 국가의 연간 에너지 총소비량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눠 계산해낸 값으로 GDP 1000달러를 생산하는 데 소비된 에너지의 양을 뜻한다.

한국의 에너지원 단위는 97년 0.43 TOE/1000달러로 중국(1.35 TOE/1000달러) 보다는 훨씬 낮지만 일본(0.15 TOE/1000달러), 프랑스(0.19TOE/1000달러), 영국(0.21TOE/1000달러),미국(0.33 TOE/1000달러)보다는 훨씬 높다.이 수치는 지금도 엇비슷하다는 게 산업자원부의 설명이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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