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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 투기채펀드…자금유입 '글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4 05:04

수정 2014.11.07 12:56


정부가 하이일드펀드와 후순위채펀드(CBO펀드)에 편입된 투기등급채권을 소화하기위해 비과세 하이일드펀드와 비과세 CBO펀드 등 새로운 신상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해 실효성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품자체의 매력은 충분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투기등급채가 편입되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데다 기관투자가들도 이 상품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실현가능성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또 업계에서는 투기등급채 편입펀드에 비과세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는 ‘위기를 모면하고 보자’는 임기응변식 단기처방에 지나지 않는다며 폄하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비과세 투기채 펀드는 기존 투기등급 채권이 편입된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에 비과세펀드를 합쳐 놓은 상품.BBB-이하 투기등급채권과 후순위채 등을 편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공모주 우선배정권·신용보강·이자소득세 면제 등 혜택이 주어진다.

대우증권은 14일자 분석보고서에서 새로운 비과세 투기채 펀드를 주식을 제외하고 채권만으로 운용할 경우 10%이상의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지만 정부 예상처럼 시중자금 유입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CBO펀드의 수익률이 다른 채권형 펀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투기채가 편입된 펀드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상당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우채에 홍역을 치른 후유증으로 수익률 수준에 관계없이 국공채위주의 펀드만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CBO펀드에 들어있는 자금이 대부분 기관성 자금인 것도 비과세 투기채 펀드의 약효가 의문시되는 이유다.1인당 가입가능규모가 2000만원으로 소액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이자소득세 전액 면제라는 당근이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기관투자가들에게는 약발이 먹히지 않을 공산이 크다.

CBO펀드와 하이일드 펀드의 수익률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공모주 우선배정도 이미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증시상황이 워낙 나빠 신규 등록종목들의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는데다 배정될 물량도 많지 않을 것이 뻔하다.

투신(운용)사들도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대한투신 관계자는 “현재 알려진 대로 상품이 출시된다면 자금유입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투자자들이 이미 발매된 비과세 채권형 펀드도 외면하는 마당에 그보다 위험이 큰 투기채가 편입되는 펀드에 돈을 맡기겠느냐는 것이다.

한 펀드평가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비과세 펀드의 출시는 시간끌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대우채로 인한 시장불안을 막기위해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를 만들더니 이들 펀드가 만기도래하자 또 다시 새로운 상품을 만든다는 비난이다.

그는 또 “정부가 투신권을 살리고 싶다면 수건돌리기식 신상품 개발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단기적인 충격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은 물론이고 사실상 자금이 바닥난 중소형 투신사에도 과감히 메스를 대는 강력한 정책만이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jgkang@fnnews.com 강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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