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계좌추적권 연장 타당한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4 05:04

수정 2014.11.07 12:55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에 대한 계좌추적권의 무기한 연장과 범위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조사권의 중복 및 남용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이로인해 기업활동이 위축될까 걱정된다.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2월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된 기업금융거래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 시한을 무기한 연장하고 현행 30대그룹 내부거래 조사에 국한된 적용대상도 위장계열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벌개혁을 포함해 기업의 부당내부거래 등을 근절시키기 위해 조사권을 강화하려는 정부 방침에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일부 재벌들의 주식을 통한 변칙상속에다 금융기관이나 역외펀드를 이용한 부당내부거래가 갈수록 고도화 지능화되고 있다.뿐만 아니라 재벌개혁에 따라 분사된 기업들이 여전히 재벌그룹의 위장계열사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벌개혁과 기업의 투명경영을 위해 계좌추적권의 연장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조사권과 관련하여 현재 신설 또는 확대를 추진중인 정부기관이 공정위·금감위·예금보험공사 등 3개 기관이나 된다.여기에 ‘기업합동조사반’까지 만들어질 계획이다.기존 기업조사권을 가지고 있는 국세청을 포함하면 5개 기관이 기업구조조정 등을 미끼로 독자적 조사권을 갖게되면 중복조사 및 조사권의 오·남용 우려가 높은 게 사실이다.

부당내부거래 조사 등을 빌미로 5개 정부기관이 제각각 기업을 들쑤셔대면 기업들은 언제 일을 하란 말인가.기업들의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이와 같은 계좌추적이나 조사를 받지 않는 국내진출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기업이 불리해지는 역차별도 큰 문제가 된다.

기업들의 내부거래로 인한 문제는 사외이사제도 등의 기업지배구조 개선,경영내용의 고시 및 대주주 책임 등에 관한 제도개혁,결합재무제표 등 엄격해지는 회계제도,그리고 채권자 및 소액주주 활동강화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위해 기업의 부당,불공정 행위에 대한 정부의 감시,감독이 강화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그러나 관계기관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하면 현행법 틀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한데 독자적인 계좌추적권이나 조사권을 고집하는 것은 행정편의적이며 자기 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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