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드니 올림픽의 교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4 05:04

수정 2014.11.07 12:55


남북한이 하늘색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입장하는 시드니 올림픽이 개막되는 2000년 9월15일 오후 5시(한국시간)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된다. 1894년 근대 올림픽이 출범한 이래 이처럼 극적인 장면이 연출된 적이 없었다는 점도 그렇지만 분단 반세기만에 국제무대에서 남북한이 손에 손을 맞잡고 발걸음을 맞추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의 크기를 알 수 있다. 특히 분단 독일이 처음으로 단일팀으로 참전한 56년 멜버른 대회이후 30여년만에 통일을 이룩했던 점을 상기할 때 그 44년 뒤인 지금 같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인 시드니 대회에서 남북한 동시 입장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그 깊은 상징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고 보겠다. 동시입장이 성사된 것은 6·15선언으로 조성된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지만 종교·정치·인종적 차별을 배제하는 올림픽 정신의 지원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쿠베르탱이 제창한 이른바 올리피즘은 올림픽이 단순한 신체단련 차원이 아니라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완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역대 올림픽이 반드시 이러한 올리피즘에 충실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아마추어리즘의 퇴색과 함께 84년 LA대회를 계기로 대회자체의 경제성이 강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이 여전히 인류의 잔치가 되고 있는 것은 이 모든 변화가 바로 그 시대성의 반영이라는 점,다시 말하면 동시대에 살고 있는 전 인류가 그러한 변화를 추구하고 동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드니 대회에서 성사된 남북한 동시 입장 역시 전 지구촌이 동의한 변혁의 일단이라고 볼 수 있으며 동시에 당사자인 우리는 바로 이러한 변혁을 전향적으로 확산,전개시켜갈 의무를 갖는다.


여기에 덧붙여 이번 시드니 대회의 특징이 되고 있는 환경문제와 금지약물 복용으로 대표되는 부도덕한 경쟁의 발본은 비단 올림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치·사회·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도덕적 해이가 두드러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번에 실시되는 강력한 도핑테스트는 타산지석이 된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시드니 올림픽에 남다른 관심을 쏟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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