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하늘색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입장하는 시드니 올림픽이 개막되는 2000년 9월15일 오후 5시(한국시간)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된다. 1894년 근대 올림픽이 출범한 이래 이처럼 극적인 장면이 연출된 적이 없었다는 점도 그렇지만 분단 반세기만에 국제무대에서 남북한이 손에 손을 맞잡고 발걸음을 맞추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의 크기를 알 수 있다. 특히 분단 독일이 처음으로 단일팀으로 참전한 56년 멜버른 대회이후 30여년만에 통일을 이룩했던 점을 상기할 때 그 44년 뒤인 지금 같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인 시드니 대회에서 남북한 동시 입장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그 깊은 상징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고 보겠다. 동시입장이 성사된 것은 6·15선언으로 조성된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지만 종교·정치·인종적 차별을 배제하는 올림픽 정신의 지원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쿠베르탱이 제창한 이른바 올리피즘은 올림픽이 단순한 신체단련 차원이 아니라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완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이번 시드니 대회의 특징이 되고 있는 환경문제와 금지약물 복용으로 대표되는 부도덕한 경쟁의 발본은 비단 올림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치·사회·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도덕적 해이가 두드러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번에 실시되는 강력한 도핑테스트는 타산지석이 된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시드니 올림픽에 남다른 관심을 쏟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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