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포드, 대우차 인수 왜 포기했나]˝내 코가 석자˝두손 든 포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5 05:04

수정 2014.11.07 12:54


대우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포드자동차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했다.포드는 14일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웨인 부커 포드 부회장은 15일 성명을 통해 “대우차의 사업현황 및 관련 자회사들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통해 최종 제안서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인수 포기 의사를 짤막하게 밝혔다.

포드의 갑작스런 대우차 인수 포기 결정은 지난달 초에 터진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돼 포드 자동차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경영사정 악화가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포드 자동차의 불량 타이어 리콜 파문은 최근 의회 청문회로 확산되면서 ‘자동차 왕국’ 포드사의 주가가 한달새 한때 반토막 날 정도의 심각한 타격을 포드에 안겨주었다.

지난달 타이어 리콜 사건이 불거진 이래 15%의 주가 폭락을 경험한 포드자동차는 14일 자사 주식 50억달러어치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포드가 리콜 사건 이래 자사 주식 가격 하락으로 입은 손실을 약 43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이른바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대우차 인수가 버거워졌다는 분석이다.

포드사의 최근 회사내분의 이같은 어려움 외에도 포드가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해 제시한 대우차 인수예정가 7조7000억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포드가 제시한 인수 예정가가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실사 과정에서 우발 채무 등 추가 부실이 나오지 않아 대우 구조조정협의회측은 인수예정가에 근접한 금액을 매각금액으로 기대했었다.

이밖에 다임러크라이슬러와 기술제휴 관계에 있는 쌍용차의 인수 포함 여부도 포드를 고민하게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 구조협의 한영철 상무는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 배경에 추가로 대우차의 우발채무나 부실이 발견된 것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새롭게 발견된 부실이 전혀 없다고 말해 포드의 일방적인 인수 포기 결정임을 시사했다.

일부에서는 포드가 처음부터 대우차 인수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적극적 인수의사라기보다 경쟁업체인 GM의 대우인수 견제용일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지난 98년 기아자동차 처리 때도 이들 업체가 혼전양상을 보이다가 최종 입찰때 GM은 응찰을 포기하고,포드는 입찰가격을 후려치는 바람에 해외업체 매각이 좌절됐었다.

이번에도 GM을 견제하기 위해 입찰과정에 참여,적어도 경쟁업체의 사업내용과 경영자료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갖자는 전술이 아니었냐는 것이다. 그러다 우선 협상자가 됐고 여건만 맞으면 인수까지 생각했으나 여건이 좋지않다는 판단이 서자 미련없이 포기했다는 분석이다.또 GM의 대우차 인수 가능성이 입찰 당시보다 낮아진 것도 쉽게 포기하는 데 역할을 했다.


결국 대우차 인수전에 뛰어든 포드는 단독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도 인수를 포기해 대우차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대우차 매각작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돼 연내 매각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지게 됐다.

/ minch@fnnews.com 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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