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대우 분식회계 징계]의미와 파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5 05:04

수정 2014.11.07 12:54


증권선물위원회가 15일 대우 부실회계와 관련해 내린 무더기 징계 조치는 ‘불투명 경영’으로 대변돼온 한국 재벌 성장사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동시에 앞으로 우리 재계가 가야할 투명 경영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형사 고발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그러나 그 상징적 의미와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우선 그동안 기업경영에서 전권을 휘둘러온 한국 재벌 오너들에게는 황제경영 종식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분식회계를 자행한 대우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회계담당 임원들이 형사 고발되고 일부 회계담당 직원들까지 수사 의뢰된 것이다.
앞으로 회계상 불법을 자행하면 오너의 강압성 지시가 있었건,자의에 따랐건 그 누구도 형사적 처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우 계열사 임직원의 형사 처벌은 앞으로 기업 내부에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임직원들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관행 정착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동회계법인에 대한 1년간 영업정지 조치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검찰에 고발된 회계사 11명과 수사통보된 22명도 앞으로 회계사로서의 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극형을 받았다.

회계법인과 회계사에 대해 내려진 이같은 중징계는 그동안 한국 재벌기업과 회계사·회계법인 사이에 맺어진 ‘좋은 게 좋다’식의 묵계를 상당부분 무너뜨릴 것으로 기대된다. 회계사 입장에서 기업은 고객이고 고객의 요구와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적인 회계감사기능을 어느정도 포기하거나 융통성 있게 운용해온 관행이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증선위는 이번 발표에서 김우중 회장과 산동회계법인을 제외하고는 실명을 공개치 않다가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일부 명단을 공개한 것은 석연치 못한 행동으로 지적된다.

증선위는 비실명 발표가 당사자들의 항의와 그동안의 관행에 따른 것이라 밝혔지만 대우사태로 인한 국가경제 피폐와 국민들의 세금이 공적자금으로 들어간 것에 비해서는 ‘죄인 감싸기’란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

금감원의 특별감리는 회계조작을 통해 조성된 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규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별감리가 관계자 소환과 회계장부상으로만 이뤄졌으며 그나마 김우중 전회장은 직접조사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김우중 회장을 직접 조사해 분식회계의 최종 책임을 묻고,과연 빼돌린 자금이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검찰의 몫으로 남겨졌다.


거대한 기업 부실로 인해 직간접적 피해를 보고 있는 국민들의 시선이 뜨겁다.

/ rich@fnnews.com 전형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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