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상황 심상치 않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7 05:04

수정 2014.11.07 12:54


제 2기 경제팀의 경제운용에 비상등이 켜졌다.현 경제팀은 출범 초기 경제성장률·인플레이션·고용수준·외환보유고 등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상황이 좋기에 하반기에 경제가 연착륙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그리고 앞으로 남은 과제는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지어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그러한 정부의 낙관적인 견해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였다.우리 경제가 연착륙하기엔 너무나 많은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고 겉으로 보기엔 좋아 보이는 거시경제지표라는 것도 금융시장에 충격이 한 번 가해지면 순식간에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그리고 세수가 예상보다 조금 더 걷혔다고 정부가 선심성 예산을 마구 편성하기보다는 국가채무를 갚아 건전재정을 하루 빨리 회복해야 하고, 의약분업과 같은 정부 정책실패를 빨리 수습하고 대북문제에 지나치게 국력을 소모하기보다는 구조조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산적한 국내문제의 해결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러한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유가의 급등과 반도체가격의 지속적 하락, 그리고 급기야는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와 같은 연속적인 악재의 출현으로 경제팀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악재들이 모두 외생변수로, 정부로서도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유가급등, 반도체 가격하락 등 경제근본 흔들린다

먼저 유가의 급등은 당장 물가를 상승시키고,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것이고,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킬 것이다.경제성장률의 하락은 세수의 감소를 초래해 내년도 경제운영에 차질을 가져오고 건전재정의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다.한 마디로 현 정부가 그렇게 자랑하던 모든 거시경제지표가 근본부터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반도체가격의 하락은 그동안 우리 수출신장과 경제회복, 그리고 주식시장 활황의 주요 요인이었던 반도체경기의 후퇴라는 측면에서 우리 경제성장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히 클 것이다.

이 두 가지 돌발변수만 해도 현 경제팀의 경제운용계획에 상당히 차질을가져오는 상황에서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아직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만의 하나라도 포드의 포기 원인이 대우자동차의 우발채무나 추가 부실때문이라면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할 것이고 외국투자가 줄어들어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될 것이다. 그리고 대우자동차의 처리 지연은 관련 채권금융기관의 부실을 악화시킴과 동시에 금융구조조정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고 이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해 금리를 상승시킬 뿐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기업의 자금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여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가져 올 것이다.

한 마디로 현재의 경제상황은 우리 경제가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어떤 희망적인 조짐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준비되지않은 의약분업으로 인해 모든 집단이 손해와 불편을 겪고 있는가 하면 구조조정에 온 힘을 집중해야 할 정부의 힘이 분산돼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혼란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더욱이 국회는 선거비용 축소와 한빛은행 부정대출 사건과 같은 집권당에 대한 의혹으로 계속 파행으로 치달아 시급히 통과돼야 할 개혁입법과 민생관련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계속 밀려오는 태풍으로 인해 올해의 농사마저 엉망이 되었다.실종된 정치와 악화되는 경제로 인해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산적해 있는 문제 해결은 집권당과 대통령이 앞장서야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은 집권당이 바로 서는 데 있다.그리고 그 해결의 출발점은 대통령에 있다.잘못이 있으면 사과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철저히 조사하여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이렇게 정치를 안정시켜 놓은 다음 남북문제와 같은 외형적인 문제에 너무 국력을 소모하기보다는 IMF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던 집권초기의 초심으로 돌아가 대통령과 온 국민이 경제문제의 해결에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한다.

유가급등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대우자동차 매각 문제를 하루 빨리 매듭지어 대우 워크아웃을 신속히 마무리짓고, 나아가 기업구조조정 전반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국회를 빨리 정상화해 공적자금을 조성하고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지어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하반기 경제의 연착륙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내년도 경제상황도 극히 불투명하다.무엇이 우선순위인지를 차분히 정리해 그에 따라 모든 국력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