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그린 단상] 캐디가 꺼리는 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8 05:05

수정 2014.11.07 12:54


이 말은 영국 웨일스 지방에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다. 윈스턴 처칠이 1941년 영국 의회 군사위원회 답변에서 야당의원을 향해 “나는 결코 캐디가 꺼리는 놈이 아니다”라고 외친 후 자주 인용되는 말이 되었다. 풀이하면 ‘자신의 실패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비겁자’란 뜻이다.

우리 속담에도 ‘핑계없는 무덤이 어디 있느냐?’ ‘처녀가 아이를 배도 할 말이 있다’ ‘얼굴 못난 여자가 거울만 탓한다’ 등이 있다.

골프나 주식투자는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되 최종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실패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골프라운드을 해보면 첫홀의 티샷부터 그린의 마지막 퍼팅에 이르기까지 캐디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결과가 좋을 때는 자기책임이고 실패했을 때는 캐디에게 뒤집어씌우는 신사도에 벗어나는 나쁜 버릇의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라운드에 임해서 거의 십중팔구는 캐디에게 어느 방향으로 쳐야 하느냐고 물어보고 시키는 대로 친다. 그러나 엉뚱한 곳으로 볼이 날아갈 수 있다.

왜 공이 시키는 대로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갔는지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책임을 캐디에게 떠맡긴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대부분 산지를 개발했기 때문에 평지가 아닌 기복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자기 스탠스 잡기가 매우 까다로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연습장에서 하던 버릇대로 하게 된다.

연습장에서의 스탠스와 실제 필드에서의 스탠스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인조잔디와 천연잔디에서의 샷 내용에도 큰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 골프장에도 캐디들간에 매너가 나쁘다든지 기피해야할 손님들을 골프백 어디엔가 표시를 해서 서로 알려주는 기호로 표시된 암호문이라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케디한테 들었다.

황금같은 시간과 비싼 입장료를 내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 나쁜 라운드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가 아닌 이상, 그리고 골프대회가 아니면 주말 아마추어들은 즐기는 골프를 해야한다.

서양사람들의 라운드을 보면 정말 즐기는 골프를 한다.
티샷을 잘 치는 친구는 티샷에서, 장타를 치는 친구는 멀리 보내는데서, 페어웨어 샷이 좋은 친구는 페어웨이 우드, 치는 대로 잘 맞는 천국의 골프채인 헤븐우드(Heaven Wood), 멋지고 훌륭한 신의 클럽 디바인 나인(Divine Nine)을, 아이언샷이 좋은 친구는 정확성으로, 쇼트게임이 능한 친구는 어프로치샷으로, 퍼팅에 능한 친구는 홀에 넣는 재미로 각자 자기 특성에 알맞은 특기를 갖고 게임에 임하여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즐긴다.

그리고 내기를 하더라도 1달러 또는 공내기 정도로 하여 피차간 부담을 주지 않는다.
요즈음 우리 내기골프도 차츰 서로 부담을 주지 않고 서로 웃고 즐기는 골프풍토가 조성되고 있는 것도 좋은 일이다.

골프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 최소한 ‘캐디가 꺼리는 놈’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장홍열 hychang@ksbc.or.kr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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