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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추스르자(상)]제2의 IMF '경계경보 울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8 05:05

수정 2014.11.07 12:53


정부나 관련 연구기관들은 지금의 한국경제와 금융외환위기가 발생한 97년 당시를 비교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정부는 우선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외환보유액이 넉넉해 ‘과거’와 같은 위기가 재발해도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거시지표는 좋아졌지만=1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97년 말 88억7000만달러에서 8월 말 현재 916억달러로 불어났다.총외채는 97년 말 1592억달러에서 1421억달러로 170억달러가 줄었고 내용이 훨씬 건실해졌다는 게 정부측 주장이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총외채중 1년안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 비중은 52%였으나 지금은 32%인 475억달러로 급감했고 무엇보다 단기자산이 500억달러에 육박해 단기외채 상환요구가 들어올 경우 단기자산 매각을 통해 갚을 수 있어 보유액은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그만큼 충격 대응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97년에는 삼미,미원,한보,기아 등 대기업의 연쇄도산에 따른 은행 부실채권 증가와 신용등급 하락이 가져온 단기차입금의 상환요구로 인한 금융기관 부도위기로 정부가 부득이하게 보유액을 지원해 차입금을 갚았으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경상수지 흑자기조도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97년 경상수지는 약 82억달러의 적자였다.더욱이 94년 이후 매년 적자행진을 계속했으나 98년 400억달러,지난해 245억달러 흑자에 이어 올해 약 100억달러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물가도 안정돼 있다.7월 말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대비 2.7%가 상승했으나 연간 물가는 2.5%내에서 안정돼 97년의 4.5% 수준을 크게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당시와 지금을 단순비교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KDI의 한 연구원은 “여러가지 여건상 당시와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 상황은 당시와 매우 닮은 꼴=그러나 상황이 악화돼 제 2의 위기가 발생할 개연성은 매우 농후한 것으로 판단된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위환위기 이후 기술적 반등과정이 끝나면 곧바로 위기가 재발하는 선례에 비춰볼 때 한국 경제도 상당한 취약성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대기업의 연쇄도산은 없지만 6대 이하 30대 중견그룹의 자금난이 가중돼 도산가능성은 매우 높다.증권회사 고위 간부는 “A급외의 회사채 거래는 완전히 중단되는 등 회사채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어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97년 8월 삼성의 기아차 인수 전략을 담은 ‘신수종사업추진현황’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국회가 9월까지 공전되면서 위기 대처 기회를 놓쳤다.지금도 국회는 공전중이다.강경식 전 부총리는 ‘시장주의’를 표방했지만 부도유예협약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부도처리를 늦췄다.진념 장관도 시장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의 ‘확실한’ 칼을 빼들지 못하고 있다.정부는 금융 및 실물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재료’를 내놓지 못하는 것도 그때와 닮았다.재경부 차관과 금감원 부원장을 빼면 내로라하는 금융전문가(그룹)가 없는 것도 비슷한 형국이다.

◇외부여건은 더욱 나빠져=여기에 한가지 더 걸림돌이 있다.고유가다.97년에는 도입단가가 배럴당 15달러에 불과했으나 8월 말 현재 30억달러에 육박했다.연말까지 35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경상수지,물가 등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도 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안정회복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털어놓고 있다.그는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기업구조조정과 기업부실의 금융기관 전이 차단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자본시장의 완전개방,대우사태,미국경제의 경착륙가능성,고유가 등은 불안정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서강대 경제학과의 김광두 교수는 “97년과 비교해서 지금은 단기외채도 줄고 경상수지 흑자 기조도 유지되고 있으나 기업구조조정 지연,반도체가격 하락 등의 악재가 누적되고 있어 잘 처리하지 못할 경우 급속한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어려운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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