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조주청의 지구촌 Golf라운드] 바누아투의 ´대통령골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9 05:05

수정 2014.11.07 12:52


캐디 아가씨 엉덩이를 한 대 찰싹 때리며 “야 네가 읽어 준 퍼팅 라인이 틀렸잖아.”
루스라는 이름의 이 아가씨는 배시시 웃으며 한다는 말씀 좀 보소.

“그런 식으로 내 엉덩이 만지는 것은 공짜예요.” 팬티가 다 비치는 얇은 미니 홑치마를 입은 캐디 아가씨에게 물었다.

“그럼 어떤 경우에 공짜가 아니야?”
“진짜 히프를 만지는 데는 500바트(VAT)를 내야 하지요.” 우리 돈으로 3000원쯤 된다.

그 돈은 18홀 캐디피이기도 하다.

남태평양 코발트색 바다가 넘실거리는 멜레만(灣)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진 포트빌라 컨트리클럽에서 캐디 아가씨 한 명 데리고 나 홀로 도는 골프, 앞에도 뒤에도 라운드하는 골퍼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은 대통령 골프다.

야자수가 춤을 추는 프론트 나인을 돌고 나면 백나인은 분위기를 일신한다.

열대과일 구아바나무가 빼곡이 들어찬 숲 속으로 페어웨이가 가지런히 뚫어졌다.


18세 루스는 노란 곱슬머리, 새까만 피부에 이빨만 새하얀 원주민 아가씨지만 쭉 뻗은 각선미에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언제나 눈웃음을 살살 흘리는 싱그러운 아가씨다.

잘 익은 구아바를 한 웅큼 따다 내 손에 쥐어주며 이 당돌한 캐디 아가씨 왈 “미스터 조, 2000바트(1만2000원)만 주면 이 숲 속에서 쉬다가 갈 수 있어요.”

나는 껄껄 웃으며 “야 11번 홀을 마쳤으니 12번 홀로 가야지 일곱 홀을 건너뛰고 19번 홀로 가자는 거냐?”

“돈 없어요? 그럼 1500바트.”

남태평양 한가운데 80여개의 섬이 올망졸망하게 종(從)으로 박힌 초미니 독립국 바누아투(VANUATU)는 찢어지게 가난한 섬나라지만 골프장이 4개나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 식민지, 뉴헤브리디즈제도가 우리들의 땅이란 뜻인 바누아투로 나라 이름을 달고 1980년 독립했다.

하오나 아직도 영국·프랑스의 노화한 잔당(?)들이 이 나라의 경제를 움켜쥐고 정치권력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

골프장은 이들과 호주 관광객들의 놀이터가 되는 셈이다.


얼마전 이 나라 수상집무실 전화가 불통되었다. 고장인가 싶었지만 모든 장관실의 전화도 불통이라 알아 봤더니 전화료 3개월 미납으로 전화선을 끊어버린 것이다.


나라의 신경조직인 전화국을 프랑스계 유닐코사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나라 현실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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