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운동의 도덕성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9 05:05

수정 2014.11.07 12:52


시민운동은 권력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때에만 비로소 존립의 당위성과 역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총장의 특정기업 사외이사 활동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그의 행보가 시민운동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훼손시킬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시민운동의 목표와 기능이 부패할 수 있는 권력과 기업이기주의에 희생될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감시와 견제라고 한다면 기업의 부도덕성과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도입한 사외이사제도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그런 의미에서 최열씨의 사외이사 활동은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으며 실제 당사자인 최열씨와 그가 이끌고 있는 환경운동 연합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나무를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단견에서 비롯된 것이며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또 다른 잘못을 범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사외이사 제도의 근본 취지가 퇴색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시민운동 단체의 대표가 그 자리에 앉은 것은 논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온당한 일이 못 된다.
또 권력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시민운동단체가 사외이사라는 제도를 통해 특정기업으로부터 돈과 주식을 받는 것 역시 금액의 크기나 용도 그리고 주가 차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의연한 자세라고 볼 수 없다. ‘환경친화적인 제품생산에 기여했다’는 주장 역시 단체 대표가 특정기업과 거리를 좁힌데 대한 궁색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만약 그것이 목적이라면 단체의 대표가 아니라 환경운동에 동조하는 제3의 인물을 천거하는 것이 보다 온당하고 투명한 처사일 것이다.


시민운동의 불모지에서,경제개발에만 관심이 몰려 어느 누구도 환경문제를 생각지 않았던 시절부터 몸을 던져 이 문제에 접근한, 그로인해 적지 않은 고초를 겪은 최열씨의 노고는 같은 시대를 살아 온 모든 사람으로부터 치하받아 마땅하다.그러나 그렇다고 그러한 공적을 바탕으로 특정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그 자신을 위해서나 그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을 위해서나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최열씨라고 해서 특정기업의 사외이사에 취임하거나 스톡옵션을 받아서는 안될 이유는 없으나 계속해서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자리를 겸직하는 데는 문제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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