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달러 사재기 조짐…외환예금 작년比 2배 늘어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9 05:05

수정 2014.11.07 12:51


외환시장에서 기업들을 중심으로 달러 사재기 조짐이 엿보인다. 더욱이 최근 촉발된 서울 증시의 폭락에 일부 헤지펀드들이 연계됨에 따라 외국인들의 원화에 대한 공격이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이같은 달러 투기현상이 본격화되면 97년 외환위기를 촉발했던 상황이 재연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거주자 외화예금은 경상수지 흑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9월9일 현재 127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말의 두배 가깝게 늘어났다. 외화정기예금과 기업의 외화당좌예금 등을 포함한 거주자 외화예금은 96년말 14억70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97년 환율변동으로 기업들이 외화 쌓아두기에 나서 97년 44억7000만달러로 늘었다. 98년에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94억8000만달러로 늘었다가 99년 68억3000만달러로 감소했었다.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수출대금이 외환시장에 풀리지 않고 기업의 외화예금에 묶여 있는 것이다.

외화예금 증가는 그동안 반도체 등 수출 호조를 원인으로 보고 있으나 최근 환율 급등을 겪으면서 달러가 묶이는 장소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18일 이후 기업들이 수출대금을 내놓는 규모가 격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지난주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발표에 앞서 뉴욕 싱가포르 등 역외 외환시장에서 달러선물환을 매집하는 등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주도했다”고 설명하고 “일단 19일 원·달러 환율은 폭락세가 진정됐지만 기업들과 외국인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 급등을 겪고 난 이후 국내기업들이 외환거래에서 매매차익보다는 달러 확보를 우선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kschang@fnnews.com 장경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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