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우 인수전 새 국면]현대, 대우차 단독입찰 허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0 05:05

수정 2014.11.07 12:51


대우자동차 채권단이 19일 사실상 현대자동차의 단독 입찰을 허용했다. 대우차 매각 가격이 크게 낮아질 우려에 대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여겨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악의 경우 3조원 안팎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임러가 일단 입찰포기 의사를 밝힌데다 현대가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서 정부와 채권단이 자칫 제널럴 모터스(GM)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올 수 있기 때문이다.양자 구도로 끌고가기 위해 현대차의 운신의 폭을 넓혀 준 셈이다,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는 19일 “현대가 입찰 제안서에 일정 기간 안에 새로운 합작사를 유치한다는 조건을 제출한다면 단독 입찰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엄 총재는 또 “현대측 합작사를 꼭 다임러 크라이슬러로 국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엄 총재가 이날 언급한 현대차 단독 입찰 허용안을 조만간 정부에 정식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현대차가 단독 인수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은 2010년까지 세계 5대 메이커로 성장한다는 계획과 맞물려 있다.현재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의 올해 자동차 생산량은 270만대 규모.대우차를 인수하면 210만대의 생산능력을 추가해 생산 규모 면에서 5대 자동차 생산업체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대우차를 인수해 생산 규모를 갖추고 다임러와 월드카 생산을 통해 질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최근상황이 지난 6월 1차 입찰당시와 크게 달라지면서 방침이 바뀌었다. 고유가 행진으로 내년 수출 전망이 밝지 않고 경제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굳이 무리하게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자세로 돌아섰다.


다임러측도 올들어 미쓰비시 지분을 34% 사들인데 이어 최근 6%를 추가 인수키로 했으며 현대차 지분을 올해에 10% 인수하고 3년안에 5%를 추가로 인수하는 계획에 따른 자금 압박으로 대우차 인수에 별다른 매력을 못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으로서는 다임러-현대가 입찰에 불참할 경우 재 입찰을 예고하고 있으나 현대 단독 입찰의 길을 터주어 재입찰을 피하려는 의도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현대 단독 입찰을 허용해서라도 입찰 경쟁 구도를 유지, 인수업체의 ‘가격 후려치기’를 막고 인수 포기도 막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되고 있다 .

이같은 구도와 입찰 참여 업체의 협상력이 높아진 점을 감안할때 대우차 인수 가격은 GM이 6월 입찰 제안서에 제시한 4조8000억원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우차 매각은 이미 ‘헐 값’ 논란 차원을 벗어나 조기 매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minch@fnnews.com 고창호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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