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 조직기형 '항아리형'…IMF이후 중간관리늘고 행원만 '희생'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0 05:05

수정 2014.11.07 12:51



시중은행 조직이 5급 이하 행원은 급감하고 중간관리층은 증가하는 ‘항아리형’으로 변하면서 인사적체에 따른 직원 사기저하, 인건비 낭비, 비효율적 은행 경영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는 지난 97년말 불어닥친 IMF체제 이후 은행들이 너도나도 인원감축에 나서면서 정작 힘없는 일반 행원 중심으로 감원에 나섰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중간관리층이 일선 영업점에서 ‘창구’업무를 보는 등 은행의 비효율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인사적체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그러나 중간관리층 감원도 벽에 부딪혀 조직개혁과 구조조정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중간관리층 오히려 늘었다=IMF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10대 시중은행 중 7개 은행의 중간관리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수를 평균 3분1씩 줄였으면서도 중간층은 전혀 줄이지 못한 것이다. 조흥은행은 97년말 2840명이던 3∼4급(차장,과장,대리) 직원이 올 8월에는 2913명으로 73명 늘었다.기업은행도 97년 2833명에서 올 8월에는 2846명으로 증가했다.지난 98년 6월 대동,동화,동남,경기,충청은행 등 5개 은행을 P&A(자산·부채 인수)방식으로 인수한 국민,주택, 신한,하나,한미은행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상태다.국민은행의 경우 3∼4급 직원이 은행 인수직후인 99년말 4119명이었으나 올 8월에는 4329명으로 210명이나 늘었다.주택은행은 2833명에서 2987명으로,하나은행은 1222명에서 1252명으로 각각 154명,30명 증가했다.이밖에 신한은행과 한미은행은 부·팀장급인 1∼2급 직원이 99년말 254명,171명에서 378명,182명으로 늘었다.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간관리층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행원들이 신규로 승진하면서 중간이 부풀어오르는 기형조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단 행원은 절반 가까이 직장 떠나=IMF체제를 거치면서 추진된 은행권 구조조정의 최대 ‘희생양’은 5급이하 행원들.이 기간동안 일부은행은 최고 4000명 가량이 직장을 그만뒀으며 대부분의 은행들도 1000∼2000명 가량의 행원이 자리를 떠났다.한빛은행은 97년말 9238명에 달하던 행원급 직원이 올 6월에는 5646명으로 무려 3600명 가량 줄었다.외환은행도 97년말 4730명에 달하던 5급이하 직원들이 올 8월에는 2500명으로 2300명 감소했다.기업은행과 서울은행도 97년말 5081명, 3608명에서 8월에는 3037명, 2121명으로 2000명 가까이 줄었다.이밖에 국민,주택,신한,하나,한미,조흥은행 등도 늘어난 중간층과는 대조적으로 행원들이 평균 300명 가까이 감소했다.

◇은행 기형조직 부작용 심화 =은행 조직이 이처럼 기형화하면서 각종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H은행의 경우 막 입행한 직원이 처리할 수 있는 창구업무를 10년 이상된 차장,과장이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이 은행은 결국 행원이 해도 되는 일을 차장 월급을 주면서 중간층에 맡기고 있는 꼴로 막대한 인건비를 낭비하고 있는 셈.특히 직급에 맞지 않는 일을 함에 따라 일의 능률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중간관리층이 늘면서 인사적체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슷한 급수가 많기 때문에 승진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고 이는 직원 사기저하로 이어져 은행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털어놨다.이밖에도 인적 구성원의 기형화로 인한 전반적인 은행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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