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産銀, 대우차 매각협상 핸들 잡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0 05:05

수정 2014.11.07 12:50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 이후 모호했던 대우차 매각협상 주도권이 20일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로 일원화됐다.

진념 재경부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이기호 경제수석은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에게 향후 대우차 매각협상 일체를 맡기기로 결정했다.지금까지 대우 구조조정협의회가 맡아왔던 대우차 매각과 관련한 각종 발표 창구도 산업은행으로 옮겨졌다.

이번 조치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인 대우 12개 계열사 회장으로 채권단의 동의아래 경영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오호근 대우 구조조정추진협의회 의장으로부터 엄낙용 산은 총재에게 대우차 매각의 주도권이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채권단 위임으로 대우차 매각을 총지휘했던 오 의장은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 조언하는 위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는 “산은 총재가 대우차 매각과 관련,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게 됐다고 해서 오 의장을 배제한 것이 아니다”라며 “엄 총재와 오 의장이 협의해 협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부처와 금융계 주변에서는 오 의장이 주도했던 포드와의 대우차 매각 협상이나 전략이 포드의 인수 포기로 실패로 돌아간데다 오 의장의 계약기간이 10월12일 만료되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포드와 협상 실패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오 의장에게 다시 대우차 매각을 맡기기엔 문제가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계약기간 만료 뒤 오 의장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우 구조조정추진협의회가 매각협상을 주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 총재가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의장은 당초 대우 구조조정협의회 의장 선임 당시에도 취임을 고사하다 정부의 설득으로 대우차 매각 등 대우 워크아웃 업체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왔으나 계약기간을 연장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엄 산은 총재에게 대우차 매각의 권한과 책임이 위임된데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출자전환 등으로 대우차의 사실상의 주인인 채권단이 매각협상을 주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사업체 매각 등과 관련, 국제적인 딜의 경험이 없는 산은 총재가 매각협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표출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엄 총재가 직접 사업 매각협상에 나섰던 적은 없으나 산업은행 관련 임원이나 실무자 중에는 이 분야의 베테랑들이 많은 만큼 전혀 문제가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산업은행 관계자는 엄 총재가 재경부 제2차관보로 재직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실무를 진두지휘하면서 선진국 관계자들과의 협상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이력이 있다고 엄 총재의 협상력을 강조했다.

/ minch@fnnews.com 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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