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책임있는 정책대응 아쉽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0 05:05

수정 2014.11.07 12:50


정부가 뒤늦게나마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그러나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효과적인 대책의 실천이란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그동안의 정부정책이 실천에 옮겨지지 않은 채 구두선에 그치거나 일과성 대책이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나온 일련의 금융시장안정대책이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오게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금융감독원이 새로운 비과세 펀드를 조성해 자금시장안정을 꾀하고 뮤추얼펀드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투자제한조치를 폐지해 증시를 안정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18일 재경부장관이 추가 공적자금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10조원 규모의 새로운 채권펀드를 연내에 조성한다는 등의 추가조치를 내 놓았다.

추가 조성되는 채권형 펀드에 우체국예금을 동원한다는 내용과 기술신보의 여유자금을 이용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을 뿐 전체적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이다.

특히 이런 조치들이 금융불안이 극심한 지경에 이르러서 나왔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자들이 얼마나 근래의 사태를 안이하게 보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것도 며칠 간격으로 금융감독원과 재경부가 동일한 사안을 놓고 별도로 대책을 발표하고 있어 경제팀이 여전히 조율된 경제정책의 구상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마저 든다.

현재의 금융시장불안은 재경부장관이 지적했듯 투자자의 필요이상 불안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투자가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경제팀이 책임지는 자세를 갖고 내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포드사의 대우차 포기라는 돌발변수에 새로이 나타난 것이 아니고 금융시장에 그 동안 내재했던 문제가 기회를 타고 터져 나온 결과이다.때문에 사전에 시장의 불안을 추스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가졌어야만 했다.이제 정부는 한 가지 사안이 터져 나올 때마다 뒤치다꺼리 하는 식에서 벗어나 향후 1년안에 닥쳐올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총량수준에서 점검하면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경제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서 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근원적으로 치유하는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하는데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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