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지구촌 충전하는 전력사업 바꾸기…한국전력 구조개편委 ´누전위기´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4 05:06

수정 2014.11.07 12:48


정부는 정보화 기술 등 기술혁신으로 전력산업의 경쟁여건이 성숙된 데다 세계 각국이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취지에서 한국전력의 구조개편을 추진중이다.
연간 26조8000억원대로 예산이 비대해진 독점 공기업체제의 구조조적인 비효율을 제거하고 5월 말 현재 25조4000억원대로 불어난 대외차입 등 악화된 재무구조의 개선과 고착화된 전력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시장기능을 통해 변화를 유도한다는 게 목적이다.그러나 정부가 추진중인 한국전력의 구조개편방안에 회의를 품고있는 시각도 만만찮다. 한국전력노조를 비롯한 전국전력노동조합비상대책위원회는 전력산업의 세계적 추세는 경쟁요소 도입이지 발전·송전·배전이 수직통합된 공기업의 분할 매각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전문가들도 구조개편안이 그대로 추진돼 한전이 민영화될 경우 영국 등의 선례에 비춰볼 때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2∼3배 오를 수 있어 수많은 가구가 스스로 단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전 비효율적인가=서울대 기초전력공학공동연구소의 98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전의 총요소 생산성은 세계 35대 주요 전력회사중 4위.생산성 성장속도도 4위로 나타났다.종업원 1인당 전력판매량은 98년도 6902㎿h로 일본(5502㎿h),프랑스(3035㎿h),미국(7770㎿h),캐나다(6366㎿h) 등보다 앞선 최상위권이다.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도 90년 1억1200만원에서 98년 2억7000만원, 지난해 3억4500만원 등 해마다 증가추세다.
◇한전 재무구조 문제있나=정부는 신규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대외차입이 불가피하고 현 체제가 지속될 경우 한전의 대외차입이 매년 급증해 2000년대 중반에는 운영자금도 자체조달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특히 2008년 부채는 약 68조원으로 증가해 부채비율이 253%되는 등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일부 발전회사의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한전의 부채비율이 99년 111.5%로 일본의 9개 전력회사 평균(604% 98년),미국 224개 민간사업자 평균(201% 96년),프랑스(256% 97년)보다 훨씬 양호하며 이는 S&P가 권고하는 일반 기업의 부채비율 150%보다 낮고 정부 가이드라인 200%보다 훨씬 낮아 재무구조 악화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2000년대 중반 차입금 상환불능은 현행 요금을 전혀 올리지 않은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게 반박논리의 근거다.

한전은 올해부터 2002년까지 3년간 연간 5%씩 요금을 인상하고 2005년 이후에는 2%씩만 인상해도 전력설비 투자재원 조달은 물론 부채비율을 100%미만으로 유지하면서도 해마다 수조원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기요금 낮출 수 있나=산자부는 가격구조합리화 및 시장가격의 수요관리기능 강화 등을 통해 2009년까지 11.28%의 요금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6개 발전 자회사가 현재의 한전보다 더 싸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데다 7단계에다 누진제가 적용되는 요금구조의 합리화는 요금인하와 무관하고 송배전 및 판매부문 수선유지비용 절감,연구개발 비용 절감 등은 구조개편과 무관해 요금 하락가능성은 희박하고 오히려 요금상승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실제로 산자부 관계자도 “구조개편 초기에 요금이 일부 오를 수도 있다”며 이를 인정한다.

한전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90년 영국의 전기요금을 100으로 했을 때 지난 98년 지수는 109.3으로 9.3% 오른 것으로 나타나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98년 OECD평균은 88.9였다.영국이 비싼 석탄발전을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해 원료비용이 40%나 줄고 노동자 감축에 따른 인건비 절감분을 반영할 경우 실제 요금인상폭은 이보다 훨씬 높다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전력산업을 자유화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 1년 사이 전기요금이 최대 6배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LA타임스 8월 2일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전기요금은 ㎾h당 0.0235달러에서 지난 6월 0.1202달러로 6배 올랐다.

그는 한전의 발전사업부문이 완전 민영화될 경우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2∼3배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요금상승 예측 근거로 발전사업자의 ‘위험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최고가로 전력을 사들이는 입찰방식(CFD)이 주된 원인이라고 그는 지적한다.LNG 등 단가가 높은 발전사업자가 내놓은 전력판매가격을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적용할 경우 요금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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