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英 자율개혁 성공,美 실정맞게 손질

최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4 05:06

수정 2014.11.07 12:48


‘영국의 선진적인 전력산업 개혁이 멀리 캘리포니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영국 전력산업의 자율적인 개혁작업을 높이 평가하면서 던진 말이다.

영국의 전력회사들은 90년대 이후 구조개편 작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운영돼 오던 중앙집권식 공동경매시스템(auction pool)을 버리고 새로운 전력거래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공동경매시스템이란 전력판매와 가격결정을 위해 전력회사들 간에 경매를 통해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으로 전력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지난 90년 국가의 전력산업 지배가 사라지면서 도입된 제도다.

이번 결정에 따라 올 11월부터 영국 내의 모든 전력은 공동경매 시스템을 버리고 선물거래 방식으로 현금거래 시장에서 매매된다. 영국 전력업계가 이같이 전력거래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은 업체간 경쟁을 유발하고 전기요금의 가격을 낮추려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


공동경매체제를 시행한 결과 지난 10년간 영국의 전력생산비는 50% 감소했는데도 전기요금은 별로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극소수 전력회사들의 농간에 가격이 조작될 수 있는 공동경매 체제의 맹점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

전력의 원활한 수요·공급을 도모하기 위한 이번 개혁조처는 주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벌써부터 시장이 커다란 호응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전력산업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해 전기값은 종전보다 10∼15% 싼 가격에 선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새 전력거래시스템을 개발한 스웨덴의 옴 그루펜 그룹도 “일반적인 상품거래 방식을 전력에도 적용시킨 것은 영국이 처음”이라며 “영국 전력시장에 혁명적인 변화가 불어닥치고 있다”고 밝혔다.

전력거래 방식의 개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력시장의 개방화 물결 속에 이미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이 거래시스템 개편을 추진해 왔다. 영국이 한걸음 더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공동경매 체제를 기반으로 한 가격결정 시스템을 철폐시켰다는 점 때문이다.

영국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전력산업 개혁은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미국 전력회사들은 지난 98년 전력산업 규제완화 방침에 따라 영국의 전력거래 방식을 도입, 미국 시장의 실정에 맞게 손질해 운영하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올 여름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전력비상이 걸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관련당국에서 전력공급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캘리포니아주는 영국측 전문가들을 직접 초빙해 설명을 들을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의 전력부족이 계절적 요인 뿐만 아니라 만성적으로 전력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가 지난 98년 전력회사들의 이윤을 보장해 줬던 규제를 자율화하고 전기요금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자 전력업체들이 비용을 환수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에 신규발전소 건설을 중단했고 이에 따라 전력공급량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 rock@fnnews.com 최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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