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막 오르는 2차 구조조정]의미와 문제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4 05:06

수정 2014.11.07 12:48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8월7일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2단계 금융·기업구조조정의 구체적인 청사진(블루프린트)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다.

이 블루프린트는 연말까지 마무리될 2단계 금융·기업구조조정의 세부 일정과 방향을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추진될 경제개혁에 대한 의구심과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취지에서 발표됐다.구조조정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나아가 구조조정 대상인 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막연한 불안감도 씻어 준다는 두가지 목적아래 발표된 것이 바로 블루프린트다.

이번 발표된 블루프린트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올 연말까지 2단계 구조조정을 반드시 매듭짓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은행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민간주도로 진행돼 온 제2금융권과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대주주가 개혁을 게을리할 경우 정부차원의 강제력을 동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 주된 특징이다.어쨌든 이 계획대로 기업·금융개혁이 마무리 될 경우 은행 등 전 금융권과 기업판도에 일대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루프린트 발표 배경=기업·금융구조조정 블루프린트는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야심작이다.이 위원장은 지난 8월 취임일성으로 블루프린트를 작성, 구조조정에 대한 상세일정과 구체적인 추진방향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었다.기업·금융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만큼 이를 치유하기 위해선 투명한 일정제시 및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일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여기에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기업대출을 기피, 금융시장 불안의 또다른 요인이 돼 온점도 블루프린트 발표의 한 배경이다.

◇주요내용 및 특징=이번 블루프린트 내용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의 기업·금융구조조정 의지가 한층 강화됐다는 점이다.그동안 우량은행 합병 및 통합 문제와 관련, “은행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정부로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잡아떼기에 급급했던 정부가 이제는 “우량은행간 이합집산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오는 10월중이면 자산규모 세계 50위 이내의 초대형 선도은행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또 그런 초유량 은행이 탄생하길 강력 희망한다”며 태도를 바꾼 점이 그 대표적인 예다.이는 정부가 사실상 우량은행간 통합·합병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음을 간접시사하는 것이다.또한 이는 우량은행간 합병실패로 대형 선도은행이 탄생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주인인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동원해서라도 1차 금융개혁때 만들지 못했던 선도은행을 반드시 탄생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제 2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계획도 대폭 강화됐다.정부는 그동안 이들 금융기관에 대해선 대주주 주도아래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토록 했으나 앞으로는 대주주가 부실을 숨기고 구조조정을 게을리할 경우 과감히 공적자금을 투입, 강제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한 점이 그것이다.기업구조조정은 채권단을 통해 하되 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기업별 신용등급을 엄격히 반영, 여신금리를 차등화하는 방식으로 부실기업 개혁을 영구히 지속시켜 나가기로 했다.일정규모 이상의 코스닥 등록주식에 대해서도 거래소 상장기업처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한 것 역시 달라진 점이다.

◇예상효과와 문제점=앞으로 남은 것은 블루프린트에 담긴 내용을 얼마나 차질없이 실행에 옮길 것이냐 하는 점이다.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블루프린트를 작성하지 않은 것보다 더 못한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또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되면 금융시장 안정은 물론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 전체의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금감위는 금융권 판도변화와 관련, 대규모 고객기반을 가진 대형 금융기관과 틈새시장 공략 금융기관, 소규모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증시에선 금융기관 인수�^합병(M&A)이 주요 테마로 형성될 전망이다.

이같은 계획이 달성되려면 몇가지 전제조건이 있다.무엇보다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이근영 위원장도 “국회가 구조조정관련법 통과를 늦출 경우 부득이하게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국회가 40조원 규모의 추가 공적자금을 선뜻 승인해 줄것인가도 중요 변수다.

또 금융시장과 국내 경제가 계속 안정돼야만 블루프린트 이행도 쉬워지는 만큼 정부는 거시경제지표와 금융시장 안정대책도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이다.

/ fncws@fnnews.com 최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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