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 임원 損賠訴와 감독책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5 05:07

수정 2014.11.07 12:47


예금보험공사는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조사를 끝낸 116개 퇴출금융기관 임직원 1334명에 대해 부실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해당금융기관에 입힌 손해금액은 1조3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예보공사의 집계다. 이로서 지난해 이미 조사가 마무리된 86개사를 포함하면 202개사 2094명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가능한 금액은 5조 8858억원,현재 부실원인 조사가 진행중인 50개 퇴출금융기관을 합치면 그 금액은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손배소 대상 가운데는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함으로써 부실을 초래한 보험회사와 신용금고의 대주주 18명도 포함돼 있다. 이와는 별도로 예보공사는 이미 192개 기관 임직원에 대해 5894억원의 재산 가압류,216명에 대해서는 재산 은닉행위 취소송,721명을 상대로 3947억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기업의 퇴출로 까지 이어진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국가경제에 막대한 누를 끼친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그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데 문제가 남는다.
지금까지 소송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실적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금액의 20%정도라든가 소송대상 임직원이 적극적으로 재산을 숨긴다면 소송에 이겨도 채권회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보관계자의 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예보는 다른 금융기관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한편으로 채권회수에 이처럼 노력하고 있다는,말하자면 예보자체의 면책 포석으로 손배소를 이용한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채권의 일부나마 회수하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부실책임이 손배소 대상이 되고 있는 이들 임직원에게만 있는가,또 사후약방문격인 손배소 이외에는 이들의 부실을 막을 수있는 길이 없었느냐 하는 점이다.
시장의 힘보다는 정책당국의 힘이 더 강한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이들의 위법 위규가 이른바 관치금융관행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 동시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도 이들의 모럴해저드를 결과적으로 방관한 꼴이 된 감독기관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도 따져서 그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는 예보의 손배소가 하나의 통과의례나 요식행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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