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권 IMF이후 수신명암…'금리보다 안전'돈 편중 극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6 05:07

수정 2014.11.07 12:46



IMF사태 이후 시중에 풀린 돈이 편중되면서 은행·생명보험사·우체국이 재미를 보았다. 반면 은행 신탁계정과 투신·종금·상호신용금고 등에서는 썰물처럼 돈이 빠져 나갔다.

은행권 수신액은 지난 6월말 현재 388조8000억원. 이는 전체 금융기관 수신액 879조4000억원의 44.2%에 이르는 것으로 9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은행 수신비중은 99년 7월 대우사태가 터지기 전까기 33% 안팎을 유지하다가 이후 투신권 자금 등이 대거 옮겨오면서 급격히 높아졌다. 대우사태 이후 투자자들이 금리보다는 안전성을 중시하게된 결과다.

은행권 수신액은 지난해 하반기에 61조4000억원,올 상반기에 54조3000억원이 각각 늘어 1년 동안 총 115조7000억원이 불어났다.
이에 비해 투신권에서는 1년새 68조2000억원이 빠졌다. 이 돈이 대부분 은행권으로 몰린 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같은 은행권에서도 우량은행과 비우량은행간에 수신격차가 벌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생보사 수신은 부침이 있었다. 97년말 수신비중은 13.2%였으나 이후 부실사 정리,급격한 경기위축 등으로 98년말 11.8%로 떨어졌고 99년 이후 경기회복에 힘입어 지난 6월말 현재 12.3%(108조2000억원)로 높아졌다. 그래도 투신과 은행 신탁의 몰락 덕에 금융권 수신비중은 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높아졌다.

우체국은 지난 6월말 현재 수신비중 2.2%(19조2000억원)로 97년말 1.1%보다 배나 높아졌다. 이는 신협(2.0%), 종금(0.6%)을 웃도는 수준이며 조만간 상호신용금고(2.4%)도 무난히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은행신탁은 ‘반토막’이 됐다. 수신비중을 보면 97년말 20.8%에서 지난 6월말 현재 9.4%(82조8000억원)로 떨어졌다. IMF이후 투신사에 비해 금리경쟁력이 낮아진 데다 98년 6월 동남 등 5개 은행의 퇴출과 지난해 7월 대우사태 이후 안전성마저 위협받고 있기 때문.

종금사나 상호신용금고의 수신비중도 97년말 각각 3.0%,3.7%에서 지난 6월말 현재 0.6%(5조4000억원),2.4%(21조원)로 낮아졌다. IMF이후 퇴출·합병 등으로 신인도가 떨어진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투신사는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다.
지난해에는 증시활황 덕에 다른 금융기관 보다 높은 금리경쟁력을 갖추고 시중자금을 빨아들여 97년말 9.4%이던 수신비중이 지난해 6월말 19.5%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돈으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해 재미를 보려는 때에 대우사태를 맞았다.
이후 보유자산의 대부분이 부실화된 데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며 수신이 급격히 떨어져 지난 6월말 현재 수신비중은 10.7%(94조5000억원)로 추락했다.

/donkey9@fnnews.com 정민구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