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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IMF이후 수신명암…'금리보다 안전'돈 편중 극심



IMF사태 이후 시중에 풀린 돈이 편중되면서 은행·생명보험사·우체국이 재미를 보았다. 반면 은행 신탁계정과 투신·종금·상호신용금고 등에서는 썰물처럼 돈이 빠져 나갔다.

은행권 수신액은 지난 6월말 현재 388조8000억원. 이는 전체 금융기관 수신액 879조4000억원의 44.2%에 이르는 것으로 9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은행 수신비중은 99년 7월 대우사태가 터지기 전까기 33% 안팎을 유지하다가 이후 투신권 자금 등이 대거 옮겨오면서 급격히 높아졌다. 대우사태 이후 투자자들이 금리보다는 안전성을 중시하게된 결과다.

은행권 수신액은 지난해 하반기에 61조4000억원,올 상반기에 54조3000억원이 각각 늘어 1년 동안 총 115조7000억원이 불어났다. 이에 비해 투신권에서는 1년새 68조2000억원이 빠졌다. 이 돈이 대부분 은행권으로 몰린 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같은 은행권에서도 우량은행과 비우량은행간에 수신격차가 벌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생보사 수신은 부침이 있었다. 97년말 수신비중은 13.2%였으나 이후 부실사 정리,급격한 경기위축 등으로 98년말 11.8%로 떨어졌고 99년 이후 경기회복에 힘입어 지난 6월말 현재 12.3%(108조2000억원)로 높아졌다. 그래도 투신과 은행 신탁의 몰락 덕에 금융권 수신비중은 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높아졌다.

우체국은 지난 6월말 현재 수신비중 2.2%(19조2000억원)로 97년말 1.1%보다 배나 높아졌다. 이는 신협(2.0%), 종금(0.6%)을 웃도는 수준이며 조만간 상호신용금고(2.4%)도 무난히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은행신탁은 ‘반토막’이 됐다. 수신비중을 보면 97년말 20.8%에서 지난 6월말 현재 9.4%(82조8000억원)로 떨어졌다. IMF이후 투신사에 비해 금리경쟁력이 낮아진 데다 98년 6월 동남 등 5개 은행의 퇴출과 지난해 7월 대우사태 이후 안전성마저 위협받고 있기 때문.

종금사나 상호신용금고의 수신비중도 97년말 각각 3.0%,3.7%에서 지난 6월말 현재 0.6%(5조4000억원),2.4%(21조원)로 낮아졌다. IMF이후 퇴출·합병 등으로 신인도가 떨어진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투신사는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다.
지난해에는 증시활황 덕에 다른 금융기관 보다 높은 금리경쟁력을 갖추고 시중자금을 빨아들여 97년말 9.4%이던 수신비중이 지난해 6월말 19.5%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돈으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해 재미를 보려는 때에 대우사태를 맞았다. 이후 보유자산의 대부분이 부실화된 데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며 수신이 급격히 떨어져 지난 6월말 현재 수신비중은 10.7%(94조5000억원)로 추락했다.

/donkey9@fnnews.com 정민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