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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기금 2조 제구실 못한다…운용사, 자금나 기업 지원미미 투자에만 급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6 05:07

수정 2014.11.07 12:46



정부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외국의 유명 운용사를 끌어들여 조성한 2조원대의 기업구조조정기금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IMF로 일시적 자금난에 빠진 우량 중소기업을 살리려는 본래의 취지는 오간데 없고 투자수익올리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이다.

26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아리랑구조조정기금(운용사 SSgA) 서울부채조정기금(슈로더) 무궁화구조조정기금(템플턴) 한강구조조정기금(스커더캠퍼) 등 총 1조96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들은 실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을 외면한 채 고수익이 보장되는 코스닥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부채조정기금과 무궁화조정기금의 경우 설립이후 현재까지 투자대상회사 중 중소기업 비중이 각각 25.6%와 32.3%에 불과한 수준이다.자금난과는 상관없는 우량대기업이나 30대그룹 계열사들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아리랑구조조정기금과 한강구조조정기금도 대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이 각각 39.9%,3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100%이상의 엄청난 고수익을 올리던 지난해보다는 못하지만 올해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양호한 편.아리랑기금의 연평균실질 수익률이 22.32%에 달하고 한강기금도 10.5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서울기금과 무궁화는 이보다 낮은 5∼6%선이다.

그러나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면면을 보면 이들 기금이 창투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서울부채조정기금의 경우 설립이후 총 16개 기업에 투자했으나 텔슨전자 풀무원 금호전기 화승인더스트리 등 자금난과는 거리가 먼 기업이 대부분이다.올해 들어 투자한 기업들도 단안전자·대영전자·인터엠·모토조이·우영 등 코스닥 종목이 대부분이며 비상장업체는 서울경금속이 유일하다.

무궁화기금도 빙그레 닉소텔레콤·종근당·한국컴퓨터 등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한강기금이나 아리랑기금은 비교적 비상장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비율이 높은 편이나 텔슨전자·주성엔지니어링·씨엔아이·우영·터보테크 등 코스닥종목에 대한 투자도 상당한 수준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구조조정기금은 일종의 벨처펀드인데도 불구하고 우량한 회사들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등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수익률만 따진다면 국내 운용사들도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비싼 수수료를 주면서 국내시장에 대한 공부만 시켜 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 jgkang@fnnews.com 강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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