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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추스리자-설문조사]˝구조조정 늑장이 경제회복 걸림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7 05:07

수정 2014.11.07 12:45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살얼음판을 걸어가고 있는 것은 부실기업의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이와함께 최근의 유가급등세가 멈추더라도 현 수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이에따라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은 5∼6%로 올 예상치보다 2%포인트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그러나 올해말 종합주가지수는 580(27일 기준)보다는 100포인트 이상 오른 700∼800선에 달할 것이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파이낸셜뉴스가 경제전문가들은 우리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고 전망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지난 22∼26일 각계 경제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조사에 참여한 경제전문가는 정관계 30명·증권금융계 31명·민간연구소 연구원 9명·재계 30명등이다.

전문가들은 현 경기 상황을 경기정점이 지나 하강국면이다(50%)와 일시적 조정으로 확장국면이 가능하다(50%)로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또한 포드가 인수를 포기한 대우차에 대해서는 제값을 받지 못하더라도 신속하게 매각(46%)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 가까이 차지해 헐값시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끌수록 손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것으로 조사됐다.

이와함께 정부의 구조조정 추진을 가능한 이른 시기에 마무리(74%)할 것을 주문해 정부의 모든 늑장처리가 우리경제를 벼랑끝 상황으로 몰고간 것으로 인식했다.

◇무엇이 문제인가=부실기업 처리 미흡(77%, 복수응답)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이어 금융기관의 부실심화(63%, 〃) 증시침체(39%,〃) 자금시장 경색(34%,〃) 유가불안(33%,〃)순으로 나타났다.특히 32%(복수응답)가 집단이기주의의 만연 역시 우리경제의 걸림돌로 생각했다.

자금경색과 관련 기업들의 자금난이 얼마나 심각하느냐는 설문에 ‘어렵지만 개별 기업별로 자금난을 헤쳐나갈 것으로 본다’(64%)로 응답 상당수가 자금난을 인정하는 분위기면서도 도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그러나 ‘다시 무더기 기업도산이 곧 닥칠 만큼 심각한 것으로 본다’도 32%나 됐다.다소 과장됐다(4%)는 소수의 의견도 나왔다.한기철 한빛은행 자본시장 본부장은 투기등급(BB이하)의 중소기업및 중견대기업이 자금난으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 공기업의 민영화 지연도 문제다.국내기업에 매각할 경우 경제력집중이, 해외매각은 국부유출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다 공기업 노조의 민영화 반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응답자의 의견은 ‘국내 기업에 매각’(46%)에 이어 ‘해외기업에 매각’(23%) ‘국민주 방식’(21%) ‘공기업을 유지하면서 경영합리성 제고’(10%)순으로 집계됐다.몇몇 응답자는 기간산업을 제외한 공기업은 국외든 해외든 하루빨리 매각,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재정적자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응답자의 64%가 긴축을 들었고 국민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도 13%나 됐다.유한수 CBF금융그룹회장은 “금융개혁을 통해 은행주가를 올려 재정자금을 조속히 회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이근모 굿모닝증권전무는 “아직 심각하지 않다.구조조정이 끝난후 고려할 문제다”고 응답해 시기적으로 아직 거론할 시점이 아니라는 반응이다.김효성 상의 상근부회장은 ‘불요불급한 지출 억제’를 김상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탈세자 파악과 세제 선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대외적 경제불안 요인중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할 것(복수응답)에 대해서는 미국경제 급락(87%)이 첫번째로 꼽혀 미국의 변화에 따라 우리경제도 같이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이어 동남아 경제불안(34%)·중동사태 악화(32%)순으로 나타났다.

우리사회의 집단이기주의의 만연과 관련 특히 의약분업 사태에 대한 바람직한 정부의 대처방안에 대해 ‘원칙대로 실시하되 문제점을 보완’(63%)이 ‘부작용이 완화될때까지 연기’(34%)보다 많이 나와 이 또한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반응이다.

◇하반기 주가전망=올해초 1059.04를 기록한 종합주가지수는 27일 584.63을 기록, 절반가까이로 폭락했다.연초 전문가들의 전망대로 라면 1200대에서 움직이고 있어야할 주가가 반토막이다.고유가 등 외생적변수와 정부의 늑장처리가 가져온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지금의 주가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3%에 그쳤다.600∼700선(36%)과 700∼800선(43%)에 이를 것이라고 대부분의 응답자가 점쳤고 800∼900선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18%나 됐다.리젠트증권의 김경신 이사는 “올 연말까지 주가가 800선으로 한번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 이유로 악재가 대부분 노출된 상황인데다 유가가 다시 급등하더라도 이제 내성이 생겨 증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구조조정이 잘 안되고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낙폭이 큰것이 가장 큰 호재라는 인식이 점점 앞자리로 다가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코스닥 주가가 연중 최고치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닷컴위기론이 나오고 있는데에 대해 ‘아직도 고평가된 상태로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31%) 적정수준에 도달했다’(52%) ‘이제는 저평가된 상태다’(17%)로 응답했다.

◇기타 응답=전문가들은 남북 경협의 속도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경제불안요인이 제거될 때까지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77%)가 ‘남북화해 기반을 위해 현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23%)보다 크게 앞섰다.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벤처는 향후 우리경제를 주도할 분야이므로 더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52%)와 ‘다른기업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46%)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일부 응답자는 “재무구조의 고려없이 가능성과 잠재력에만 의존해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거품만 키운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지원은 필요하나 시장기능을 무시한 무조건적 지원은 안된다고 말했다.이경지 LG전자 재경담당 부사장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가경제 기여도를 판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aji@fnnews.com 안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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