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동아건설 퇴출 시험대

임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7 05:07

수정 2014.11.07 12:45


동아건설이 부실 대기업 퇴출의 첫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10월중 부실 대기업을 과감히 퇴출시키겠다고 밝힌 가운데 동아건설은 채권단에 55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채권단은 그러나 이에 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없이 뒷돈을 요구하는 동아건설을 과감히 퇴출시킬 수도 없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동아건설이 채권금융기관에 요청한 지원자금 규모는 4600억원을 훨씬 웃도는 54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건설은 ▲신규사업 준비자금 1181억원 ▲리비아 공사에 참여한 대한통운에 대한 미지급금 622억원 ▲추가이자 부담금 683억원 등이 필요하며 이중 4600억원은 10월중 시급히 지원돼야 부도를 면할 수 있다고 채권단에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아건설이 부가세로 낼 돈 380억원까지 요청했다”며 “ 부가세는 공사를 수주하면 발주처에서 받아 은행에 납부만 하면 되는 것인데 이런 것까지 제대로 내지 않고 다른데 돌려 쓴 다음 채권단에 손을 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채권금융기관들은 지난 26일 4시간에 걸쳐 마라톤회의를 벌였으나 아무 결론도 내지 못했다. 지원을 요청한 규모가 너무 큰데다 돈을 지원해 준다고 해서 동아건설이 회생할 수 있을 것이란 장담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퇴출, 채권단만으로는 불가능=정부는 워크아웃 기업 퇴출은 결국 채권금융기관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돈줄을 쥐고 있는 만큼 ‘소신껏’ 알아서 하라는 것. 그러나 채권단은 부실 대기업이 퇴출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사실상 채권단의 결정사항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객관적으로 볼 때 동아건설은 퇴출돼야 할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아건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67억원으로 채권단과 약속한 802억원에도 크게 못미치고 있다. 그러나 동아건설이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퇴출될 경우 국가 신인도 추락과 함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 파급효과를 채권단 혼자서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아건설에 더 이상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은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며 “그러나 채권단 혼자서 퇴출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동아건설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 사실상 채권단의 손에서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아건설, 부실기업 정리의 시금석= 동아건설은 그 규모나 경제적 파급효과 면에서 지난 25일 워크아웃이 중단된 미주실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채권단도 이때문에 자금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다.

결국 채권단은 운영위원회를 몇차례 더 가진 다음 자금을 지원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경우 동아건설에 출자전환과 신규자금 지원 등으로 지난 98년 워크아웃 진행 이후 지금까지 모두 1조3402억원의 자금이 투입됐지만 경영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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