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외이사 겸직에도 한계가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8 05:07

수정 2014.11.07 12:44


정보통신 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이 차세대 영상이동통신전화(IMT-2000) 사업자로 선정이 유력한 기업의 사외이사를, 재벌그룹의 회장이 최대 여신은행의 사외이사를, 금융감독위원회 고문을 비롯하여 8개 정부기관 임원들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것은 비록 적법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 제도의 도입 정신이나 국민정서에 비추어 볼 때 온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기업에 대한 시장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도는 대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 위치에 있어야 함과 마찬가지로 그 기업과 이해가 상충되는 정부기관의 임직원과 같은 공직을 겸해서는 안된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독주를 견제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업내부적인 문제일 뿐 대외적으로는 기업측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러한 겸직이 자칫하면 새로운 형태의 관경(官經)밀착이 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연관하여 해당기업과 관련된 사항을 심의할 때 참여를 배제하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일부의 주장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별로 없다. 물론 겸직하고 있는 사외이사가 모두 기업 이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이해상충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일부 인사는 시민운동 단체의 요청으로 사외이사로 취임하여 모범적 활동을 한 경우도 적지 않다. 또 겸직문제를 지나치게 비판하는 것은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는 사외이사제 자체의 정착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사외이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지 않은 점을 생각할 때 겸직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사외이사의 겸직에도 한계가 있어야 한다.
기업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도입한 제도가 또 다른 도덕성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을 방관해서는 결코 안된다. 감독기관의 임원이, 정책심의 기관의 위원이, 채무자인 재벌그룹 회장이 기업과 은행의 사외이사로 경영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게 마련이다.
문제가 더 확대되기 전에, 이의 역기능이 더 심화되기 전에 겸직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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