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활활·체감 꽁꽁…배반의 경기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8 05:08

수정 2014.11.07 12:44


지표경기가 실제경기를 얼마나 반영할까.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8월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는 조정을 거치면서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그러나 체감경기와의 괴리때문에 시장에서는 액면그대로 믿지 않는다.


8월중 생산증가율은 전달 19.3%에서 24.1%로,수출출하도 31.1%에서 39.7%로 각각 높아졌다.이에 따라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81.1%에서 82.1%로 올라갔다.조업일수가 전달보다 하루 많았고 추석연휴 생산차질 보전 노력 등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지표가 좋아졌다.

이에 따라 현재의 경기동향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달보다 0.7포인트 증가한 100.1을 기록, 97년 12월(100.8)이후 2년 8개월만에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통계청은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기는 활황 초입단계에 들어섰다고 해석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생산,출하 등의 지표는 매우 좋다”면서“그러나 현재의 경기는 외부충격에서 급격하게 반등한 뒤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일 뿐 활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이견을 보였다. 국책연국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원도 “내수와 별개로 수출이 물량증가와 단가인상으로 늘어나면서 지표상의 호경기를 연출하고 있다”면서“통계청의 발표는 시장의 경기상황에 대한 평가와 크게 엇갈린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책임연구원도 “하반기 경기전망 당시 상반기에 경기가 조정을 거친 뒤 하반기에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측한 게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여건상 99년도의 활황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LG 연구원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 소비가 살아있는 데다 수출 실적이 좋아 산업활동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하고 “그러나 현재의 원화 절상추세가 이어지면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진단의 상당부분이 심각한 체감경기의 위축에서 비롯된다.
지표에서도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소비를 나타내는 도소매판매가 7월 8.3%증가에 8.1% 증가로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린 게 증거물이다.통계청은 단지 “고유가와 금융시장 불안 등을 우려해 소비를 자제한 게 이유”라고 분석했다.

가계나 기 업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얼어붙은 것’으로 보이는 것은 적어도 세가지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주식폭락에 따른 자산소득의 감소▲고유가와 미국 경제악화,구조조정 등에 따른 불안심리의 복합작용▲국민총소득(GNI)의 감소 등 세가지를 이유로 들었다. 권 연구원은 “투자자 소비증가율은 현 수준이면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그러나 불안심리가 장기화돼 투자가 위축될 경우 실물경제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원인 제거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근태 책임연구원은 “경기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득증가율이 높지 않아 체감경기가 나쁘게 나온다”고 풀이했다.국민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국민소득(GNI)이 교역조건 악화로 해외로 유출되면서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이에 따라 연간 국내총생산(GDP)는 9%가 성장해도 GNI는 5% 증가에 불과해 성장률만큼 피부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구조조정과 신용경색 등에 따른 불안심리를 제거하지 못하면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체감경기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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