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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펀드 불법 운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8 05:08

수정 2014.11.07 12:44


한국투신이 외환위기 당시 러시아 채권펀드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익률보전 펀드’를 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수익률보전펀드가 원금을 회복하기는커녕 주가하락으로 오히려 손실만 커진 채 만기가 도래하자 한투측은 다시 확정수익률을 제시하며 자금을 재유치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한투는 이 과정에서 회사측이 수익률을 보장하는 대신 고객은 러시아펀드와 관련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합의서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28일 국회 정무위 소속 조재환 의원은 한국투신이 지난 96년과 97년 러시아공사채에 투자해 원금을 거의 날린 ‘듀얼턴공사채투자신탁3호,4호’의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손해본 원금의 1∼5배를 추가입금할 경우 1년내 손실원금 전액과 함께 일정규모의 추가수익을 약속하는 ‘수익률보전펀드’를 만들어 운용해 왔다고 밝혔다.

한국투신이 러시아펀드의 원금회복을 약속하며 만든 펀드는 지난해 6∼7월 집중 설정된 맞춤공사채형시리즈와 맞춤주식형시리즈로 K씨 등 한투의 유명 펀드매니저들이 운용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펀드들은 올 7월부터 만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으나 주가하락으로 당초 고객과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대규모의 손실을 냈다고 조의원 측은 밝혔다.


한투는 지난 26일 정부와 공적자금투입에 따른 경영정상화약정을 체결하면서 수익률보전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중 1000억원을 신탁재산임에도 불구하고 특별손실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의원측은 한국투신이 지난해 고객들을 설득하기 위해 만든 ‘듀얼턴투자신탁 3호,4호 만기이전 처리방안’과 추가입금하는 고객과의 합의서가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한국투신은 96년 11월과 97년 1월 각각 설정된 ‘듀얼턴공사채신탁3호,4호’에 가입했던 고객을 대상으로 1년 내 20%의 수익과 이와는 별도로 연 8%의 이자를 추가지급한다는 약속과 함께 일명 수익률보전펀드인 ‘맞춤공사채형’펀드와 ‘맞춤주식형’펀드를 개발하고 고객 자금의 재유치를 추진했다.


고객과의 합의서에는 “한국투신과 그 임직원을 상대로 어떠한 이유로든 ‘듀얼턴’과 관련,민·형사상 고소 고발 소송제기 기타 법적 조치나 행정당국에 대한 진정제기 등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여하한 청구도 하지 아니한다”란 조항이 들어 있다.

한국투신은 이런 방식으로 고객들로부터 약 5000억원가량을 재유치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이 역시 1000억원 가까운 손실만 입고 올해 7월부터 만기가 도래하자 한투는 일부 원금을 지급하는 대신 또 다시 확정이자율(연9.1%)을 제시하며 ‘대표신탁형’ 등 신상품을 개발했다.

한편 한국투신의 수익률보전펀드에 대해 회사의 준법감시부(컴플라이언스실)는 물론 금감원까지 내용을 상세하게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투신사의 내부통제기준과 금감원의 감독기능이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조 의원측은 “한투의 영업직원이 지난해 고객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수익률보전펀드의 판매가 ‘금감원의 지도사항’이란 말을 했다”고 밝혔다.

/ mkpark@fnnews.com 박만기·강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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