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각한 공직자 부패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9 05:08

수정 2014.11.07 12:43


공직자의 부패는 과연 치유될 수 없는 이 나라의 고질병인가. 어제 오늘 사이에 밝혀진 두가지 사실은 이 땅의 공직자 부패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여실히 반영한다. 하나는 제2건국추진위원회가 실시한 공직자 부정부패 만연정도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이고 다른 하나는 경찰관들이 상납계까지 조직,매춘업자들로부터 매달 거액의 뇌물을 상납받아왔다는 사실이다.

제2건국추진위가 기업인,자영업자 등 5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 25%가 지난 1년 동안 공직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한다. 금품제공이나 접대금액은 100만원 이상이 가장 많고(46%) 대상은 경찰(41.9%),세무공무원(24.2%),식품위생(21%),건설(21%),소방(20%)의 순이다. 특히 정치인들의 부패정도는 예년에 비해 더욱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쳐온 공직자 부패 척결이 얼마나 공허한 구호에 그쳤는지를 짐작케 한다.


매매춘과 관련해 무려 36명의 경찰관이 상납계를 조직,3년에 걸쳐 7억원을 거두어왔다는 사실에 상도하면 국민들은 경악을 넘어 분통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경찰이 단속을 미끼로 매춘업자들과 동업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제2건국위의 앙케이트도 경찰이 가장 부패한 공직자라는 결과가 나온 것을 볼 때 신임 경찰청장이 내건 경찰개혁 또한 얼마나 실효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라밖에서는 한국을 부패가 만연한 나라로 보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는 청렴도 순위에서 한국은 90개국 중 48위에 불과한 것으로 분류했고 미국계 금융기관인 메릴린치는 35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한국은 인적자원면에서는 1위이지만 정부규제와 사회구조 부패도에서는 하위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부패의 척결은 무슨 구호나 지시 또는 작전으로 이루어질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이 말해준다. 따라서 법과 제도로 부패를 방지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정부가 진정 부패를 줄이려는 의지가 있다면 하루바삐 그동안 미루어져온 부패방지법의 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입법 추진중인 자금세탁법안에 정치자금까지를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공기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보듯 누구나 못해 먹는 것이 바보고 걸리면 재수없어 걸린 것 같은 풍조가 만연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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