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평화-광주-제주銀 통합 '산넘어 산'…은행간 입장 사전 조율안돼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9 05:08

수정 2014.11.07 12:43


한빛·조흥·외환·평화·광주·제주 등 6개 은행이 30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하는 경영개선계획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마련한 경영정상화 방안은 크게 ▲자체 자본확충 1조2100억원 ▲공적자금 등 정부자금 요청 5조1800억원 ▲부실채권 정리 16조6100억원 ▲감원 2972명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감원에 대해서는 노조측의 반발이 거세고,자본확충이나 부실채권 정리계획은 현실성없이 무리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한 공적자금 등 요청규모도 자구노력에 비해 너무 크지 않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감원 제대로 될까=은행들이 제출한 감원계획을 보면 한빛 1550명·조흥 200명·외환 860명·평화 120명 이상·광주 207명·제주 35명 등 최소 2972명 이상이다.그러나 지난 28일 노·사합의를 통해 감원에 합의한 외환은행과 성사단계에 접어든 평화은행을 제외한 한빛·조흥·광주·제주은행은 감원계획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한빛은행 김영진 노조위원장은 “지난 1차 구조조정때 무려 5600명 가량을 감원했는데 또 다시 감원을 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지금 일선 영업점은 사람이 없어 파트타이머 등 일용직을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조흥은행 이종각 노조 총무부장도 “구조조정하면 감원부터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됐다”며 “현재 경영상태를 고려할 때 감원필요성은 없다”고 주장했다.광주은행 오조섭 노조 정책국장은 “올 8월까지 169명을 감원하면서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희망퇴직자를 제외한 그 어떤 감원도 용인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자본확충,부실채권정리 글쎄요=6개 은행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자본증권 발행·유상증자 등을 통해 모두 1조2100억원 가량(외환은행 정부 증자요청분 4000억원 제외)을 확보할 계획이다.그러나 일부 은행의 경우 이같은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한빛은행의 경우 최소 7000억원 규모의 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부보증 문제가 맞물려 있어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다.서버러스를 통해 1억달러의 자본확충을 계획하고 있는 광주은행도 협상이 진행중이서 성사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무려 16조6000억원에 달하는 각 은행들의 부실채권 정리 방안도 문제다.은행들은 대우에 물려있는 무수익여신(NPL)을 조기에 털어내기 위해 기업구조조정회사(CRV)를 설립,적게는 5000억원에서 많게는 4조8000억원 가량을 줄일 계획이지만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 동의를 끌어내 부실채권을 정리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기업 조기정상화 등을 통한 자체회수와 해외매각 등도 변수가 많아 실현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공적자금을 최대한 지원받고 향후 금융권 재편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일부 실현가능성이 낮은 계획도 정상화방안에 끼워 넣은 것 같다”고 말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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