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가피한 은행 군살빼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9 05:08

수정 2014.11.07 12:43


한빛·외환 등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 대상 6개은행이 3000여명의 직원을 퇴직시키는 등의 자구계획을 마련했다.이미 많은 은행직원들이 은행의 구조조정으로 희생되었는데 또다시 추가 감원이 되는 고통을 당해야 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그러나 은행이 경쟁력을 갖추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은 불가피한 일이다.

IMF체제 이후 은행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을 모두 합하면 총 70조원이나 된다.그러나 이번에 6개은행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또다시 5조1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요청하고 있다.국민의 피와 같은 세금이 은행의 정상화를 위해 다시 투입되는 만큼 은행은 이에 상응하는 고통을 분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다만 정부와 은행은 은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직원들이 새로운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적자금의 투입과 관련하여 은행의 도덕적해이가 심각했음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그런데도 최근 또다시 은행장 등 임원들이 자기네 보수를 크게 올린 사실이 밝혀졌다.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야하는 아픔을 겪는데도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겠다는 이런 태도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인력감축과 아울러 6개은행은 올해와 내년까지 모두 17조8000억원 이상의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자회사와 소유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의 경영개선 계획도 마련했다.그러나 문제는 6개은행이 요구하는 5조1000억원의 공적자금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자산건전성을 높여 클린뱅크(clean bank)로 거듭날 수 있는가다.정부가 은행의 부실자산을 매입해주지 않고는 올해와 내년까지 17조원 이상의 부실자산을 은행 스스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은행이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클린뱅크로 새로이 태어나지 않고는 은행의 정상화는 힘들다.은행이 정상화되지 않고는 자금의 중개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며 금융경색과 시장불안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따라서 정부는 더 이상의 은행구조조정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공적자금을 충분히 그리고 신속히 투입해야 할 것이다.은행의 부실자산을 신속히 정리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사전조정제도와 기업구조조정회사제도 법안 등도 하루빨리 통과돼야 할 것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