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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투데이―호텔신라 이영일 대표이사] ˝세계 10대 호텔에 당당히 설것˝


‘호텔 맨’ 이영일 호텔신라 대표(54). 호텔신라 사번 1호인 그는 28년간 묵묵히 한우물만 판 호텔계의 장인(匠人)이다.

그가 지난달 29일 ‘제 27회 관광의 날’ 기념식에서 정부가 수여하는 산업훈장으로는 최고포상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것은 ‘호텔신라 신화창조’의 주인공이 일궈낸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또 올해 1월, 미국의 경제전문지 리더스가 선정한 세계최고호텔경영인 39인 중 유일하게 선정된 아시아인이다. 이대표는 88, 99년 IOC 총회는 물론 다수의 국가적 행사와 수많은 국빈들을 성공적으로 유치, 국내호텔 브랜드를 세계속에 알렸다. 사실 그의 명성은 국내보다는 해외 호텔계에서 보다 드높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 ‘수재’로 알려졌던 그가 73년 삼성그룹에 입사할 때만 해도 호텔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었다. 호텔에 배치되자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버텼던 그는 정부의 관광산업 발전 장기계획발표를 듣고 세계 최고의 호텔을 만들어보겠다는 오기로 호텔경영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로부터 28년. 그는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 최고의 호텔맨으로 우뚝 서 있다. 토종브랜드인 신라호텔과 함께.

총지배인을 거쳐 95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대표는 “최고 경영자는 큰 방향과 목표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실무자들이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책임과 권위를 부여해야 한다”며 “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전직원이 화합해 하나의 소리를 낼 때 가장 아름다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자율과 화합’의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이번에 산업훈장으로서는 최고 포상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는데.

▲국내 관광산업발전을 위해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토종브랜드 호텔의 자부심을 갖고 해외관광객 유치에 더욱 힘쓰겠다.

―28년동안 한 호텔에서 몸담고 있으면서 많은 에피소드를 경험했을 것 같은데.

▲이스라엘 라빈 총리가 크리스마스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유대교와 기독교 차이를 모르고 캐럴을 연주했다. 그쪽 경호팀이 찾아와 “캐럴을 연주하는 의도가 뭐냐”면서 따질 때 정신이 아찔했다. 또한 악수를 나눈 역대 귀빈들 중 가장 손이 커 인상 깊었던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어느날 갑자기 수영을 하고 싶다고 해 26.7도였던 수영장 물을 다 빼고 10도 이하로 서둘러 맞춘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또 초년병 시절 3만개가 넘는 호텔 물품을 모두 외우느라 진땀을 뺐다.

―외국 유명 체인호텔들이 속속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 토종브랜드 호텔로 어려움이 많을텐데 이에 대한 대책은.

▲사실 탄탄한 자본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곳곳에 진출해 있는 체인호텔들은 영업, 인력, 서비스 등 모든분야에서 표준화돼 있어 영업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차별성이 없다는 단점과 통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을 살린 다양한 서비스 개발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다른 외국 호텔들에 비해 해외 마케팅과 PR부분이 부족하다는 말이 있는데.

▲서비스나 시설면에서는 어느 호텔보다도 자신있지만 거대한 체인망을 갖고 있는 외국 호텔들에 비해서 해외 마케팅과 홍보가 약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같은 처지에 있는 해외의 유명 독립호텔들과 연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또한 홍콩에 설치한 홍보담당 사무실을 거점으로 앞으로는 해외 홍보활동을 다각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다.

―국내 호텔업계의 문제점과 연초에 발표한 중·저가 호텔체인사업계획은.

▲아직도 호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호텔사업을 사치향락사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문제는 국내 중·저가 호텔들이 짧은 시간내에 양적 발전은 거듭해 왔지만 질적 발전이 미미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가격대의 호텔 설립과 지속적인 서비스 개발 및 노력이 필요하다. 올 연초에 발표한 국내 중·저가 호텔들과의 체인사업은 지방 숙박업자, 투자가들과의 의견차이가 커서 보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일부 특급호텔들의 파업사태로 논란이 많았는데.

▲삼성계열사 특성상 우리 호텔에는 노조가 없다. 다만 노사 양측 대표가 참여하는 노사위원회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절충·수렴하고 있다. 또 회사의 경영 상태를 사원들에게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 있으며 체육대회나 월례조회시간을 통해 직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나라 호텔사업의 전망과 앞으로의 계획은.

▲많은 발전을 해왔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으며 민간주도의 적극적인 호텔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관광단지 개발과 규제도 더 완화돼야 한다. 관광사업은 21세기의 ‘굴뚝없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인만큼 모두 힘을 모아 협조해야 한다. 앞으로 국내 토종브랜드 호텔인 ‘신라’를 ‘세계 10대 호텔’에 당당히 들 수 있도록 하겠다.

―이영일 대표이사 약력

▲46년 서울출생

▲70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73년 삼성그룹입사, 호텔신라 공사담당

▲83년 독일 뮌헨대학 호텔경영자과정 수료

▲86년 호텔 신라 마케팅 담당이사

▲88년 미국 코넬대학 호텔경영자과정 수료

▲90년 호텔신라 총지배인 상무이사

▲91년 연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93년 호텔신라 총지배인 전무이사

▲95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 msj@fnnews.com 문승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