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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 10년(上)]게르만식 실패 교훈 된장국식 성공을…


독일이 3일로 통일 10주년을 맞는다.미하일 고르바초프 옛소련 전대통령이 들고 나왔던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의 양대 기치를 슬기롭게 활용해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일궈낸 독일의 사례는 아직도 분단상태인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에 본지는 전문가 대담을 통해 독일통일의 교훈을 새겨 바람직한 우리의 통일 접근법을 모색해 보는 한편, 엄청난 통일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자리잡은 독일의 잠재력을 되짚어본다.<편집자>
▲박성조 교수=동서독 간의 통일이 한반도 통일에 주는 교훈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독일 통일의 개념부터 짚어 보기로 하죠.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3월9일 독일을 방문해 베를린에서 선언을 하였습니다. 당시 독일인들 사이에서는 “몇 주 안에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이 말에 화답이라도 하듯 김 대통령은 분단 이후 최초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베를린은 참으로 상서로운 곳이 아닌가 합니다. 학생운동의 시발지인 베를린은 지난 1968년 존 F 케네디가 연설한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지금 독일인들은 영토를 회복하여 한민족이 같이 산다는것에 대해 후회 아닌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통일된 10월 3일보다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1월9일을 더 기념합니다. 독일인에게 정확한 통일의 개념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통일 이후 많은 혼란이 왔습니다.

▲정세현 교수=독일인들이 통일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혼란이 왔다는 박교수님의 의견에 저는 반대합니다. 우리는 통일에 대해서 너무나 분명한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분단 직후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일에 대해서 독일보다는 우리가 목표 면에서는 적어도 앞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있었느냐는 점에서는 의문이 갑니다. 우리는 독일 통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방법과 목표에서 서로 다를 뿐이지오.

▲박교수=독일 통일에서 제일 큰 문제는 ‘동족의 이질성’이었습니다. 빌리 브란트는 “같이 섞여 있는 것은 같이 자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본다면 민족은 같이 동고동락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교수=이질화 문제는 산업화와 사회발전 단계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에서 드러났듯이 우리는 문화의 차이를 느꼈고 이는 생활의 차이에서 왔다고 생각합니다. 또 용구문화(用具文化) 차이가 크다는 뜻입니다. 결국 이데올로기 차이는 극복하기 쉬울지 모르나 문화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설령 극복된다 하더라도 많은 시간을 요합니다.

▲박교수=이질성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독일은 통일 10년 이후 공산세력이 강화됐죠. 이것은 근대화 이론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근대화 이론으로도 해석할 수 없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념 속에 결국 문화가 있다는 것입니다. 동독 사람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공산세력이 결집되는게 아닌가 합니다.

▲정교수=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참지 못하는 것처럼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겠죠. 선택적 공산주의가 일시적 지지율을 높였다고 생각이 됩니다. 또 발전과정 내지 흡수통일 과정에서 생긴 역작용이라고 여겨집니다.

▲박교수=통일의 속도에 대해서도 논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대중화된 북한 연구가 부실했다고 생각합니다.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에 대한 더욱 집중적인 연구가 있어야 했습니다.그러나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교수=정확하게는 탈북자가 아니라 체제 이탈자가 되겠지요. 이들에 대한 교육은 3개월간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많은 부문이 연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깊이가 없다는 말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박교수=구서독은 참으로 지속성을 갖고 구동독을 대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지도자의 리더십이 뒷받침됐습니다. 우리처럼 통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에 연연치 않고 민족적 화해를 통한 세계화 전략을 꾸준히 추진했습니다.

▲정교수=지금은 통일 비용에 대해 정부가 적극 홍보하고 정당성을 알려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북한에 투자하는 돈은 일시불이 아니라 분납의 형태를 띤다고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정부가 그러지 못해 국민들 사이에서 혼돈이 있는것 같습니다.

▲박교수=독일은 통일 전까지 460억달러를 사회간접자본 부분에 투자했습니다. 구서독은 구동독으로 하여금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경협을 시작에 앞서 독일의 사례처럼 넉넉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대북 식량지원·사회간접시설 확충 지원 등이 정치쟁점이 되고 있는데 통일은 정쟁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먹을게 없는데 무슨 지원이냐’는 식의 논의는 재고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노태우 정권이 30억달러라는 거금을 들였으니까 우리가 구소련과 수교도 할 수 있었고, 84년 LA올림픽 당시에 참여치 않았던 구소련도 우리의 88올림픽에는 참가하고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정교수=북한경제가 살아나야 남한경제가 살아납니다. 돈이 안든다고 말하니까 투명성이 떨어지고 급기야는 통일이 정권연장을 위한 도구라고들까지 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통일 사업은 다음 정권에까지도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2634억달러에 달하는 우리의 무역고는 북한에 비해 200배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을 도와 주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박교수=독일은 통일 이후에 리카르도식 경제적 발상으로 접근했다가 커다란 실패를 겪었습니다. 우리도 독일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합니다.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 결합방식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지요. 자본과 기술집약적 산업을 북한에 심어줘야 합니다. 정보기술(IT) 관련 산업 진출도 필요합니다.

우리식, 즉 된장국식 통일이 이뤄져야 합니다. 헬무트 콜 총리는 “분열을 갈라먹지 않으면 통일은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통일이라는 상품에 대해서 마케팅 전략이 없고 지나치게 대통령 중심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나누는 아름다움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짐을 지우고 있어요. 외교통상부 장관은 도대체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정교수=동감합니다.

▲박교수=독일의 외무장관은 세일즈맨과 같습니다. 이리저리 분주히 뛰어 다니는데 우리의 장관은 방에만 있는것 같습니다. 필요하다면 외교통상부 전 인력이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인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를테면 중국이나 구 소련권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그럴 의향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중요한 점은 독일은 열심히 뛰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독일식 통일이 어렵다면 유럽식 통합방법이 좋다는 겁니다. 흡수통일로 흘러가면 남북 양측에 커다란 폐해가 올거라는 겁니다.

▲정교수=통일도 좋지만 우선은 양측의 군사적 신뢰구축이 필요합니다. 또 기능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상성(三相性)’이라고 저는 풀이하는데 ‘상사성’, ‘상용성’, ‘상유성’이 그것입니다. 통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긴장완화의 최종목표는 평화체결에 있는 만큼 통일의 전제조건으로는 우선 군비를 축소하고 통제단계를 거쳐 군사적 신뢰를 회복한 후 결국에는 완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평화에 대한 논의도 군비 축소 없이는 무의미한 것입니다.

▲박교수=앞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지금 한반도에는 상서로운 기운이 뻗쳐 있습니다.

▲정교수=그 부분은 제가 먼저 말씀을 드리지요. 우선은 국내문제와 국외문제를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통일과 경제는 분리되어야 하며 내치와 외치를 구분할 줄 아는 슬기로움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박교수=선진국인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도 내치와 외치가 동반하여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지는 못했습니다. 아직 경제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지만 이번 기회에 통일의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정교수=내치와 외치를 잘 극복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지난번 프랑크푸르트에서 벌어진 김영남에 대한 탑승거부 및 모욕적 행태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아주 능동적으로 잘 처리했다고 생각합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사과까지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우리측이 잘 대응했다고 생각합니다.

▲박교수=정교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통일외교에서 나타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간단치 않다는 사실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 가운데 통일을 기대하는 나라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서로의 이권이 맞물려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점 3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외교관 양성이 시급합니다. 타성에 젖은 기존 외교관들로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일본,중국,러시아 등지에서 공부하고 온 인재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둘째 진정한 비정부기구(NGO)를 통일의 세력 내지는 여론형성 세력으로 적극 받아들이고 정부도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합니다. 정치에 뜻이 있는 NGO세력은 이제 독일의 녹색당처럼 변신이 필요합니다.
특히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것입니다.

▲정교수=평화를 위한 비용을 아껴서는 안됩니다. 또 젊은 학자들이 통일을 위한 노력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jongilk@fnnews.com 정리=김종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