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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경상수지 적자전환 가능성 경고


한국은행이 경상수지 적자전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은은 최근의 경상수지 악화가 유가급등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위기 이후의 경제 급성장에 수반되는 불가피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성장속도에 숨고르기를 하면서 수입의존적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적자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96년 경상수지 대폭 적자로 인해 경제의 기초체력이 저하된 결과,그 다음해에 외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위기를 맞았던 한국 경제에서 경상수지 흑자유지는 경제안정의 핵심적인 요소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흑자 지속될 수 있을까=98년 400억달러를 넘었던 경상수지 흑자는 99년 245억달러로 줄었고 올해는 100억달러에 못 미칠 전망이다. 이는 수입증가가 수출증가세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나아지면서 민간의 소비재 수입과 해외여행이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 확장세 속에 부품수입과 설비투자가 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수입을 늘려가며 만들어 파는 물건이 재료값 상승분 만큼을 벌어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높이 뛰는 수입물가를 수출물가가 따라잡지 못해 한국의 대외교역조건은 96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올 1∼7월 중 73.4를 기록해 기준년인 95년 100으로 설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비싼 수입품을 사와서 싼값에 수출하는 형국이다. 이같은 거품성장이 지속될 경우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명창 한은 조사국장은 “그동안 경제 체질이 개선돼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다”라고 그동안 있었던 흑자기조의 취약함을 시사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위기의 첫 걸음=한은은 경제체질이 여전히 취약한 상태에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면 외환위기 이후의 경제회복 과정이 정반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동안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경상수지 흑자가 적자로 전환되면 국가 신인도를 끌어내려 외국자본이 이탈할 것이고 이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서 주식·외환시장이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96∼97년에 벌어졌던 상황의 재판인 셈이다.

한국의 수입의존적 경제구조로 인해 경제성장이 지속될수록 수입증가는 격증한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고성장 일변도 사고 벗어나야=전문가들은 우선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의 범위 내에 머무르도록 해야 된다고 지적한다. 곽상경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우리 경제의 여건에 비춰 5%대의 성장률이 적정하다”며 “적자를 내면서도 생산을 지속하는 성장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철환 한은 총재도 지난 6일 외부 강연을 통해 “성장률이 높을 수록 좋다는 성장일변도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총재는 “90년대 중반의 고성장 정책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돼 외환위기를 겪었다”고 상기했다.

경상수지 적자를 주식자금 유입 등 자본유입으로 해소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곽 원장은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로 메우려 한다면 이자나 배당의 해외유출로 인해 소득수지가 악화될뿐만 아니라 대외 충격에 취약해지는 문제를 안게 된다”고 밝혔다.

/ kschang@fnnews.com 장경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