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우차 매각 협상력 발휘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09 05:11

수정 2014.11.07 12:36


대우자동차 매각과 관련,우리측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측이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하고 협상에 본격 돌입하게 된 것은 그나마 대행스러운 일이다.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가 우리경제에 준 충격은 너무나 막대했으며 아직도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그만큼 대우차 매각은 경제의 충격완화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시급한 과제다.

정부측은 GM이 대우차를 잘 알고 있으며 한국을 아시아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노리고 있기 때문에 포드처럼 어처구니 없이 협상을 뒤틀거나 무산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LOI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의견을 들어보자는 정도의 협상단계다.따라서 GM과의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 낙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정부의 협상력 부족과 미숙함으로 대우차 매각실패 뿐만이 아니라 한보철강의 매각실패까지 겹치는 홍역을 치렀다.
포드의 대우인수 포기후 정부는 또 얼마나 허둥댔나.현대-다임러크라이슬러측이 인수할 것이라고도 하고,선인수 후협상 방식으로 하겠다고도 하고,분할매각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절박한 상태에서 정책의 일관성 없이 왔다 갔다 했다.

더욱이 정부로서는 대우차·한보철강 매각실패에 대해 대통령이 문책지시를 했는데다 거센 여론의 비판으로 코너에 몰린 상태다.따라서 정부와 채권단은 시간에 쫓겨 갈피를 못잡고 명확한 방향과 대안없이 매각만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GM과의 협상도 순탄치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1차 때와는 달리 협상의 주도권을 GM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매각가격과 조건을 놓고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다.정부가 매각이외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GM이 알면 헐값에 가져가려 할 것이고 가혹한 조건을 내걸 것이 분명하다. 1차 입찰 때도 GM의 요구조건이 너무 불리해 탈락하지 않았는가.

이번만은 정부가 명확한 원칙과 잣대를 가지고 협상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조기매각과 제값받기가 최대의 과제인 것만은 분명하다.그러나 협상전략없이 서두르기만 한다면 헐값에 매각될게 뻔하다.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조건에 따라 공기업화도 고려한다는 협상카드를 마련하는 등 협상력을 높일 필요도 있다.매각시한을 설정하는 것도 협상력을 떨어뜨린다.정부와 채권단 및 대우측이 협상단계별로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공동 대처하여 1차입찰 때와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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