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농수축산물가격 상승과 의료보험수가 인상에다 고유가 지속에 따른 석유류 제품가격의 상승이 겹쳐 소비자물가가 지난달말까지 전년말대비 3.5% 상승하자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유가 행진이 계속될 경우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최근의 움직임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은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 것인지 살펴보자.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로 생산활동이 위축되고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가가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물가수준은 경제내의 총수요(AD)와 총공급(AS)에 의해 결정되며 총공급에 비해 총수요가 상대적으로 확대될 때 상승하게 된다.지난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은 대부분 통화증발에 따른 총수요 확대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호황을 보이고 실업률이 낮거나 하락할 때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임금이나 원자재 가격 등의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생산이 위축됨으로써 총공급곡선이 왼쪽으로(위로) 이동할 때 나타나게 된다. 그렇지만 공급측면에서 생산비용을 증가시키는 충격이 발생한다고 해서 항상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원가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을 통해 비용상승분을 흡수하거나 단기적인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임금의 하락으로 고용이 늘게 되면 총공급이 원래 수준을 회복하여 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측면의 충격이 발생하였을 때 정부가 총수요확대정책을 통해 생산감소와 실업증가를 해결하고자 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임금의 하락으로 노동수요가 증가하여 실업이 축소될 수 있다. 그러나 총수요확대정책이 경제주체들의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를 높이게 되면 임금인상 등을 초래함으로써 실업이 다시 증가되는 가운데 물가상승이 가속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난 70년대에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은 각국 정부가 유가 및 원자재가격의 상승에 대응하여 재량적인 확대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이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그들의 행동에 반영함에 따라 나타난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단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정책당국은 인플레이션의 경우보다 정책선택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량이나 정부지출을 축소하는 총수요관리정책을 취하면 경기둔화가 심화되고 실업이 크게 증가할 것이며 반대로 생산활동이 위축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수요를 확대시키는 정책을 취하면 물가가 더욱 빠른 속도로 상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에 고유가 등 공급측면의 충격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당국이 인위적인 확대정책으로 단기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임금상승 억제 및 생산성 향상 등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하는 동시에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공급상의 충격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유가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등 주로 공급측 요인들에 기인하는데도 통화당국이 금리인상을 통해 총수요의 확대를 억제하려 한 것도 인플레 기대심리의 확산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경기가 확연히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는데다 각종 공공요금들이 잇따라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유가행진이 내년에도 계속될 경우 물가상승압력이 더욱 가중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노동시장의 신축성이 높지 않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의 지연에 대한 실망감으로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함으로써 환율이 급등할 경우에도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당국은 구조조정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동시에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으며 기업 및 소비자들도 생산성 향상과 임금인상 억제, 합리적 소비 등의 합심된 노력을 통해 물가상승을 최소화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안종길 명지대 경제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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