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건설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1 05:17

수정 2014.11.07 12:16


최종부도의 고비는 가까스로 넘겼으나 현대건설은 지금 중대 기로에 서 있다.특단의 자구책으로 오는 3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신주인수권부사채 900억원(약 8000만달러)를 비롯하여 일단 연내에 필요한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하여 살아남느냐,아니면 채권의 출자전환이나 법정관리를 통해 경영권을 내놓느냐 두가지 선택밖에 없다. 이와 연관하여 현대가 1차부도를 내고 동아건설의 퇴출이 사실상 결정된 지난달 31일 거래소 주가가 모처럼 반등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한 대표적인 두 업체가 퇴출되고 1차부도를 냈는데도 주가가 오히려 반등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시장이 얼마나 ‘원칙’에 목말라 있었나를 말해 주는 동시에 기업과 정책당국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도급 랭킹 1위인 현대건설의 이와같은 위기의 책임은 1차적으로 현대건설 자체와 현대그룹 대주주에게 있다. 워크 아웃(기업개선작업)중에 퇴출된 동아건설과는 달리 대주주나 그룹이 의지만 있다면 1차부도까지는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지난 5월부터 시작된 현대건설의 자금난을 이 지경으로까지 몰고 온 정부의 책임 역시 적지 않다. 정부는 현대건설이 제출한 네 차례의 자구계획을 받아들여 자금지원을 해 왔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대북사업에 힘을 쏟는 한편으로는 2세들의 경영권 다툼인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렸으며 실질적인 오너는 장기간 해외출장중이어서 1차부도가 난 시점에서도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볼 때 이른바 자구계획을 방패삼아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과연 현대그룹은 정부와 파워 게임을 하고 있는가? 파워게임이 되었든,정부의 우유부단에 연유한 것이었든 한가지 분명한 것은 더 이상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는 것과 대우그룹을 처리하면서 지나치게 시간을 끈 결과 부담하지 않아도 될 실기(失機)비용까지 짊어진 전철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의 위기가 경영 구조상의 문제라면 과감하게 시정하여 기업을 살려야 하며 기업가치가 없다면 그에 따른 용단을 내려야 한다.
동아건설의 퇴출과 현대건설의 1차부도에도 불구하고 오르고 있는 주가에 담긴 메시지를 오독(誤讀)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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