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부도의 고비는 가까스로 넘겼으나 현대건설은 지금 중대 기로에 서 있다.특단의 자구책으로 오는 3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신주인수권부사채 900억원(약 8000만달러)를 비롯하여 일단 연내에 필요한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하여 살아남느냐,아니면 채권의 출자전환이나 법정관리를 통해 경영권을 내놓느냐 두가지 선택밖에 없다. 이와 연관하여 현대가 1차부도를 내고 동아건설의 퇴출이 사실상 결정된 지난달 31일 거래소 주가가 모처럼 반등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한 대표적인 두 업체가 퇴출되고 1차부도를 냈는데도 주가가 오히려 반등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시장이 얼마나 ‘원칙’에 목말라 있었나를 말해 주는 동시에 기업과 정책당국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도급 랭킹 1위인 현대건설의 이와같은 위기의 책임은 1차적으로 현대건설 자체와 현대그룹 대주주에게 있다.
과연 현대그룹은 정부와 파워 게임을 하고 있는가? 파워게임이 되었든,정부의 우유부단에 연유한 것이었든 한가지 분명한 것은 더 이상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는 것과 대우그룹을 처리하면서 지나치게 시간을 끈 결과 부담하지 않아도 될 실기(失機)비용까지 짊어진 전철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의 위기가 경영 구조상의 문제라면 과감하게 시정하여 기업을 살려야 하며 기업가치가 없다면 그에 따른 용단을 내려야 한다. 동아건설의 퇴출과 현대건설의 1차부도에도 불구하고 오르고 있는 주가에 담긴 메시지를 오독(誤讀)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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