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19홀] 알까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2 05:17

수정 2014.11.07 12:16


일반 아마추어골퍼들은 볼이 잘 맞으면 러프나 OB구역으로 날아간다. 페어웨이에 안착하기 위해선 실수를 해야 한다. 그만큼 샷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런 아마추어골퍼들도 필드에만 나가면 죽어라 ‘내기골프’를 즐긴다. 어쩌면 당연히 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돈 1000원짜리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액수에 상관없이 누구도 ‘내기골프’에서 져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일단 시작한 이상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더욱이 ‘내기’가 큰 경우 사정은 달라지기 마련. 1타에 1만원 이상만 걸려도 심하면 멱살잡이까지 생긴다.

분위기가 이렇게 험악해지기 직전 플레이어들이 즐겨 써 먹는 것이 바로 ‘알까기’ 수법이다. 러프에 들어간 볼을 찾지 못하면 2벌타를 먹어야 한다. 한 홀에서 2벌타를 먹는다면 잘해야 더블보기. 삐끗하는 날에는 트리플보기나 ‘양파’까지 생각해야 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한번의 실수가 빈털털이로 만들기 십상이다.

이렇게 ‘로스트볼’에 대한 공포 때문에 골퍼들은 러프에 들어가 볼을 찾는 척 하다 주머니에서 볼을 꺼내 놓는 ‘알까기’를 곧잘 한다. 분명히 찾을 볼이 아닌데 “여기 있네” 하며 볼을 치면 상대 골퍼는 ‘뚜껑’이 열린다. 그렇다고 대 놓고 뭐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골퍼가 역으로 당한 실화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러프에 들어간 볼을 찾아주는 척 하면서 발견한 상대 골퍼의 볼을 발로 밟아 흙속에 묻어 버렸다. “못찾겠네” 하며 틀림없이 로스트볼을 선언하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이때 ‘알까기’ 명수인 상대방이 “여기 있다”며 소리치는 게 아닌가.

꼼짝없이 당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발로 밟아 버렸는데 찾긴 뭘 찾았느냐”며 말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종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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